‘이름만 남은’ 출퇴근 통행료 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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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토해양부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추진해온 ‘출퇴근 시간대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제’가 한 달 만에 내용이 확 바뀌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할인 대상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되고, 할인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이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2일 입법예고했던 통행료 할인에 관한 유료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고쳐 16일 재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평일 오전 5~7시, 오후 8~10시 사이에 목적지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 가운데 3인 이상 탄 승용차와 16인승 이하 승합차, 2.5t 미만 화물차에 한해 통행료를 50% 깎아준다. 나머지 차량은 종전처럼 20% 할인된다.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하이패스나 전자카드를 사용해 결제해야 한다. 주행거리는 20㎞ 이내로 제한된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를 기준으로 할 때 수원 정도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서민에게 연간 234억원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주고, 고속도로 통행량도 많이 분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입법예고했을 때 할인 대상은 승용차와 승합차, 10t 미만 화물차였다. 승용차에 몇 명이 탔는지도 따지지 않았다. 이번에 입법하면서 할인 대상을 줄인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새벽이나 밤 시간대에 운행하는 승용차의 대부분이 나홀로 차량”이라며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3명 이상 탑승한 경우에만 할인해 주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속도로 이용 차량의 60% 이상이 승용차다.

할인받는 절차도 번거로워졌다. 50% 할인을 받으려면 빠르게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는 하이패스 차로 대신 일반차로를 이용해 요금소에 전자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현 하이패스 시스템은 3인 이상 탑승여부를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입법예고 때는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통행료의 절반을 깎아주기로 했었다.

김시곤 서울산업대 교수는 “카풀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3명 이상 타야만 할인해준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교통량 분산효과나 서민생활비 경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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