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최종단계 ‘폐기’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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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을 마친 미국 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右>가 8일 오후 숙소인 싱가포르 리젠트호텔에서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북·미 양측은 북한 핵신고 문제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북핵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핵 신고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협의에서 양측 수석대표가 그동안의 견해차를 좁히고 해결 방안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6자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양측 대표는 이날 협의 결과를 각각 본국에 보고하고 최종적인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모두 취재진에게 이날 회동에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제네바 회동(3월 13일)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상 역시 “조·미(북·미) 간 의견이 상이한 부분을 많이 좁혔다”고 말했다.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9일 한 차례 더 베이징에서 만나 각각 본국 정부의 최종 입장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완전 타결이 이뤄지면 북핵 문제는 최종 단계인 핵 폐기 협상을 향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두 사람은 이날 미 대사관에서 오전 1시간30분, 오후 3시간 등 총 4시간30분에 걸쳐 북한의 핵 신고 관련 쟁점사항을 집중 협의했다. 양측 대표는 최대 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협력 부분은 북·미가 교환하는 ‘비공개 의사록’에 별도로 기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의사록은 대외적으로 공표되지는 않지만 6자회담 관련국에 회람된다. 북한 핵 개발 활동 가운데 플루토늄 관련 사항은 정식 신고서에 담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협의에서 비공개 의사록에 담을 UEP 및 핵협력 활동의 사실관계를 표현하는 문구에 대해서도 수위 조절을 놓고 막판까지 승강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대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가급적 개략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고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관련 의혹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나타내는 단어를 놓고도 ‘이해한다’ ‘인지한다’ 등의 표현 문제로 견해가 엇갈렸다.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은 1∼2주 이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기 위한 첫 단계 조치인 의회 통보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량과 핵시설 세부사항 등을 기재한 정식 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어 6자회담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속개되면 북핵 시설 불능화와 신고 단계를 최단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최종 단계인 핵폐기 협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2002년 11월 불거진 2차 북핵 위기가 만 5년6개월 이상을 끈 뒤 비로소 폐기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협상 전례에 비춰볼 때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소식통은 “지난달 제네바 회동에서도 거의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가 막판에 뒤집혔다”며 “양측 정부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아 있어 속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 부상 역시 “핵 신고 방안에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했다”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생각해 달라”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시리아는 이날 핵무기를 얻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스라엘과 서방 언론이 제기하는 북한과의 핵 협력설을 거듭 일축했다.

싱가포르=최형규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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