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정 의석이냐, 단순 과반이냐.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목표는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168석을 차지하는 것”(이방호 사무총장)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여당에 성공했다. 하지만 152석은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을 맘껏 펼치기엔 ‘2%’ 부족한 숫자였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움켜쥔 한나라당은 정국의 고비마다 여당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선 168이란 ‘매직 넘버’가 거론되고,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내 주요 권력 포스트들의 향후 4년간 정치적 운명도 명암이 엇갈릴 수밖에 없게 된다.
◇168석 이상, 이명박 ‘날개’=한나라당이 절대 안정 의석인 168석을 얻을 경우 이명박 대통령 측은 날개를 다는 셈이다. 우선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완성’된다. 이 대통령은 든든한 의회세력을 바탕으로 각종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다. 18대 공천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정치신인들인 ‘이명박 키즈’는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확실히 뒷받침해 줄 수 있다. 공천 반납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당·청 간 거중조정자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불출마 배수진을 치고 선거 캠페인을 이끈 강재섭 대표는 일등공신 대우를 받으며 향후 정부 내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총리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텃밭인 울산을 포기하고 서울 동작을에서 수도권 바람을 이끈 정몽준 의원은 당권에 더욱 다가설 수 있다. 공천 주도 인물로 꼽힌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천 책임론’을 어느 정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경우 당선되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 ‘반이재오’ 정서 극복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대구 달성)에 칩거한 박근혜 전 대표는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비주류의 위치가 확고해질 것이다. 탈당해 당선된 친박 인사들(친박 소속 또는 친박연대)의 복당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박 전 대표의 입지가 계속 좁아진다면 그가 당내외 지지 세력들과 함께 ‘중대 결심’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60석 이하, 박근혜 ‘캐스팅 보트’=한나라당이 과반은 얻되 160석 이하의 의석을 차지한다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절대 안정 의석이 아니라면 과반 여당이라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원외에 머무르게 된 강재섭 대표는 당내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측의 역학 관계에 따라 당권 도전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천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이 의원의 당권 도전도 당내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근혜 전 대표는 최대 관심 인물로 떠오를 것 같다. 절대 안정 의석을 위해 한 석이라도 아쉬운 한나라당이 친박 무소속과 친박연대 당선자들을 당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가 향후 정국 운영의 최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160~167석을 얻을 경우 재·보선과 입당 등 일부 변수에 따라 한나라당이 160석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168석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어 당장 어느 한쪽으로 큰 힘이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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