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익 도루코 부사장 “6중날 면도기 점유율 1위 올라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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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 ‘부드럽고 무른 것이 굳고 센 것을 이긴다’고 했다.

㈜도루코 직원들은 박순익 부사장(59)을 ‘부드러운 대선배’로 부른다. 면도기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도 얼마나 부드러운 칼날을 구현하는가 하는 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면도날을 면도날답게 만드는 것은 인간적인 부드러움이다. 그는 ㈜한일공업(도루코의 전신)에 입사하여 평생을 면도날과 함께하는 중이다. 내년이면 직장 생활 40년이다. 5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토종 기업 도루코의 제2의 창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 그는 대구상고를 졸업한 뒤 도루코 경리담당으로 입사했다. 연고가 있는 서울에 잠깐 들렸다가 평생직장을 얻은 것이다. “오라는 곳이 없어 한 우물만 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은행에 갔던 친구들은 벌써 현직에서 물러났다.”

조건이 좋으면 바로 이직을 하는 후배를 보면 세월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다행이 도루코는 이직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옛날에는 1년 선배라도 엄청 무서워했다. 회식이라면 모든 일 제쳐놓고 참석했는데 요즘은 한달 전에 고지를 해도 개인 스케줄이 있다고 빠져나간다”며 아쉬워했다. 그 당시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었다.

요즘은 회식보다는 고충을 들어주는 대선배로 사무실 직원과 ‘오픈 마인드 미팅’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의 온화함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나이차가 30년 이상 나는 직원을 웃고 울게 만든다. 사원의 애환을 모르면 불가능하다. 서로 믿고 부대끼다 보면 신뢰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내가 마음을 열면 상대도 마음을 연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도루코는 1989년 면도기 시장 개방으로 타격을 입었다. IMF때는 외형이 3분의 2로 줄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내야 하는 직원이 나왔다. 이때 큰 힘이 된 것이 노사신뢰다. 물론 도덕성과 진실성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가져가도록 한다. 하지만 미래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10년간 연구개발(R&D)에 심혈을 쏟았다.” 5년간 150억 원을 투입하여 신제품 PACE6를 내놓았다. 3중 면도기 이후 6년 만의 쾌거다. 처음부터 6중날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8중날까지 실험을 해보니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은 6중날.

그는 “세계 최초 6중날 면도기로 질레트 5중날을 넘어섰다. 다른 회사의 고급 면도기 제품과 값은 비슷하다. 수염이 굵고 뻣뻣한 중동남성들이 특히 좋아한다”면서 해외시장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가격은 기존 면도기에 비해 2배가 넘고 매출 또한 2배로 늘었다.

국내 면도기시장 규모가 800억 원인데 질레트가 42%, 도루코가 36%, 쉬크가 16%다. 이 수치는 PACE6이 나오기 전이다. “올해는 도루코가 1위 탈환 원년이 될 것이다. 출시한지 6개월 됐는데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지금까지는 목표 이상으로 잘 팔리고 있다.” 도루코는 올 매출 목표 12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0% 늘려 잡았다.

또 “시장 점유율은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의 차이다. 기술력에서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뒤질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큰 돈을 들여 대규모 스타 마케팅은 힘들다. 물론 예상대로 매출이 따라 준다면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믿을 것은 ‘써보니 좋더라’는 것이다. 국내는 체험 마케팅위주로 행사와 온라인상으로 ‘PACE6 메이커’를 선발하여 구전효과를 노리고 있다. 택시기사에 1만개 배포하고 군납도 하고 있다.”

그는 “깔끔한 면도를 위해서 정밀한 연마기술에 금속코팅과 수지코팅이 있어야 하는데, 수지코팅은 도루코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도기이자 2015년까지 글로벌 3위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Global DORCO Big3, 2015’이 그것이다. 또 “2008년에 PACE XL버전을 계획하고 있다. 여성 면도기 시장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익 부사장?

1950년 7월 생, 69년 대구상고 졸업, ㈜한일공업 입사. 98년 ㈜도루코 상무이사, 2007년 전무이사를 지냈다. 200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별다른 건강관리를 하지 않지만 앓아서 누운 적이 없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헬스클럽에 들른다. 트래킹하면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도루코는 어떤 회사

면도기뿐만 아니라 주방용 칼, 커터를 생산한다. 면도기 비중은 전체 매출 중 80%다. 멕시코·중국·두바이법인에 이어 최근 베트남 법인을 신설했다. 창업주의 호를 따 만든 계림 장학회를 20년간 운영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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