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내고 나면 찌는 ‘나잇살’ 1kg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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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7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최대의 시련기는 전통 명절이다.

서양에선 명절 뒤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홀리데이 증후군’의 하나로 친다. 미국에서 약 200명을 대상으로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부터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동안의 체중 변화를 조사해 봤더니 한 달 남짓한 이 기간에 조사 대상자들의 체중이 0.5∼1㎏(평균 0.6㎏) 늘더란다. 더군다나 이 증가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00년 3월).

이를 단순 계산해 우리에게 적용하면 어떤가. 설을 10번 맞은 뒤엔 체중이 최고 10㎏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잇살’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의 설날도 비만을 부르는 5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첫째, 세찬(歲饌)은 대부분 기름지고 달아서 열량이 높다. 대표적 설 음식인 떡국 한 그릇의 열량은 450㎉에 달한다. 둘째, 같은 무게의 당질·단백질보다 열량이 두 배 가까이 높은 알코올과 절친해지는 때다. 셋째, 모처럼 만난 가족·친지와 대화·놀이를 하면서 지내다 보면 신체 활동량이 줄어든다. 넷째, 여럿이 한 상에서 식사를 해 평소보다 식욕이 왕성해진다. 다섯째, 명절 스트레스가 식탐을 유발한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변화는 과식의 도화선이다.

설 명절이 끝난 뒤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체중계에 오르려면 조리부터 신경 써야 한다. 나물·전 등을 만들 때는 기름을 가능한 한 적게 쓴다. 또 간은 싱겁게 한다. 짠 음식이 식욕을 높이기 때문이다.

조리한 음식은 작은 그릇에 담는 것이 좋다. 작은 그릇에 수북이 담긴 음식을 먹다 보면 포만감이 금세 들기 때문이다. 생선은 뼈째, 조개는 껍데기째 조리해 작은 그릇에 담으면 푸짐해 보인다. 특히 열량이 높은 갈비찜과 전유어 등은 반드시 작은 그릇에 담도록 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채소나 샐러드, 나박김치, 생선구이와 같은 저열량 음식으로 먼저 배를 채운 뒤에 갈비찜 등 고열량 음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세주(歲酒)도 자제한다. 청주 한 잔의 열량은 70㎉다. 5잔을 마시면 밥 한 공기 열량(300㎉)보다 높다.

손님이 올 때마다 새 상을 받아 하루에 대여섯 차례씩 식사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서로의 건강을 위한다면, 설날 ‘더 많이 먹어라’는 말은 더 이상 덕담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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