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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말 한마디도 안 새게' 검찰 보안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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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경준(41) 전 BBK투자자문 대표에 대한 구속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김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서 영장은 예상보다 빨리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이광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7시부터 김씨의 영장 기록을 검토하기 시작해 10시간 만인 오후 5시 발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에겐 이제부터가 '메인 게임'이다. 수사 데드라인인 24일까지 남은 5일(D-5)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한 1차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25일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씨의 영장 범죄사실=크게 세 가지다. ①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이사로 회사 자금 384억원을 횡령하고 ② 이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고 ③ 미국 여권, 법인 설립 인가서,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국내에서 사용한 혐의다.

영장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4월 27일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01년 7월 30일 회사 계좌에서 50억원을 인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 12월 11일까지 모두 22회에 걸쳐 384억4776만원을 부당하게 빼내 횡령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렇게 횡령한 자금을 개인 채무인 BBK 투자금을 갚는 데 쓰거나 미국에 설립한 자신의 유령회사 계좌로 송금했다. 회사 회계장부에는 대표이사인 자신이나 부장으로 올라 있던 부인 이보라(37)씨에 대한 가지급금이나 전도금(본사에서 지사에 보내는 운영비) 명목으로 기재했다. 또 금융감독 기관이나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해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직원을 시켜 전액 현금으로 인출해 다시 입금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2001년 5~9월에는 자신이 해외로 빼돌린 회사 자금으로 유령 해외펀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꾸며 외자를 유치했다며 네 차례 공시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미국 여권 7장, 미국 네바다주 국무장관 명의의 법인 설립 인가서 19장을 위조해 2001년 5월~2002년 1월 중소기업청.금융감독원에 외국인투자등록증 발급용 서류로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도 받고 있다.

김씨의 혐의는 주가조작의 경우 최대 10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에 해당돼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 후보 연루 의혹 밝혀질까=검찰은 김씨의 혐의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 후보가 설립한 LKe뱅크 부회장이었던 김백준(67)씨를 이날 불러 ▶LKe뱅크가 주가 조작을 한 BBK의 지주회사인지 ▶BBK에 대한 다스의 190억원 투자에 이 후보가 관여했는지를 캐물었다. 김경준씨가 2000년 12월부터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LKe뱅크 명의 계좌가 43차례 이용된 경위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백준씨는 "LKe뱅크는 BBK와 무관한 회사"라며 "LKe뱅크 사장으로 경영을 주도한 김경준씨가 이 후보나 나 몰래 계좌를 개설해 주가조작에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후보가 LKe뱅크 회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여비서였던 이진영(32)씨도 16일 불러 12시간여 동안 조사했다. 이씨가 2000년 5월 LKe뱅크 비서로 채용된 경위, 옵셔널벤처스로 옮긴 과정, 퇴사한 뒤 다시 서울시장 후보 비서로 간 이유 등 이 후보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씨가 옵셔널벤처스에서 실무자로 주가조작 주문을 낸 사실에 비춰 이 후보가 김경준씨의 주가조작에도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LKe뱅크에는 먼저 근무 중이던 대학 동기 소개로 취직했으며 이듬해 5월 김경준 대표가 연봉을 더 주겠다고 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옮기게 됐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송환 사흘째인 이날은 오후 1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청사 뒤편 구치감을 통해 10층 조사실로 올라갔다. 김씨가 오전 일찍 이미 출두한 것으로 믿고 있던 취재진을 따돌린 것이다. 검찰은 전날 호송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 BBK가 관련 있다는 입증 서류를) 갖고 온 게 있다"는 김씨의 발언이 공개되자 보안을 강화했다.

정효식.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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