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피하고 싶은 4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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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눈과 귀가 검찰로 쏠리고 있다.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발(發) 태풍이 대선 판세를 흔들어 놓을 기세다.

지난여름 한나라당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의 집요한 공세에 끄떡없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검찰 발표로 한순간에 요동쳤다. 검찰은 당시 경선 투표일을 일주일도 안 남겨두고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발표를 했다. 결국 멀리 앞서가던 이 후보는 2000여 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이 후보 측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가며 BBK 사건 수사의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 떠도는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다.

① 정상명 변수 없을까=정상명 현 검찰총장의 임기는 23일까지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 총장만 물러나도 한시름 덜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 총장이 퇴임 직전 막판 돌출발언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남아 있다.

검찰총장은 관례상 퇴임식 때 연설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BBK 관련 발언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정 총장이 야릇하게 말을 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정 총장의 입을 막기 위한 압박이다.

② 수사 중간발표 하나=검찰은 김경준씨에 대한 구체적 수사 일정을 밝힌 적이 없다. 그저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합민주신당 김종률 의원은 "1차 수사 결과 발표가 24일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도 중간발표 여부를 알아보느라 바쁘다.

이처럼 정치권이 민감한 이유는 검찰이 "BBK와 이 후보가 무관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만 발표해도 대선 판세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간발표를 하면 검찰이 다시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다. 수사 내용을 흘리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검찰의 중간발표를 막기 위한 것이다.

③ 임채진 검찰의 선택은=한나라당은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가 비(非)정치적 검사"라며 '임채진 검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 일각에선 "임 내정자가 대선 전까지 BBK 수사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물론 신당의 기대와 전망은 정반대다.

그런 까닭에 이번 대선의 최종.최대 변수인 BBK 사건의 수사 총책임자가 될 임 내정자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그가 26일 취임식 연설에서 어떤 말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④ 기소 문제 어떻게 되나=신당 선대위 김현미 대변인은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기소된 사람은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 당헌.당규 중 '기소된 이는 당원권이 정지된다' '당원만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하지만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기소에 따른 당원권 정지도 당 윤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 후보가 기소된다 해도 정치적 이유이기 때문에 당원권이 정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7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빼곤 공직자 선거 후보를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없다'는 선거법 조항을 들어 "검찰은 이 후보를 기소하기는커녕 소환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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