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최고급 세단에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은 렉서스 LS 600hL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다. 아예 부자들이 타는 대형차에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비싸고 큰 차를 타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차는 겉모양이나 인테리어는 LS 460L과 차이가 없다. 다만 배기량을 키우고 전기모터를 얹어 힘을 키우고 연비를 좋게 했다. 겉은 3000만원 정도 싼 차와 같지만 내부 기관을 ‘노블리스 오블리주’형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 차를 처음 탔을 때 시동을 여러 번 껐다 켰다 했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불만 들어오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윙~’하는 엔진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엔진이 켜지는 것이다. 액셀을 밟아 움직이면 비로소 약한 엔진 소리가 들린다. 속도를 줄이면 축전지에 전기가 충전되는 표시가 계기판에 나온다. 배기량이 큰 만큼 기운이 넘치지만 사람을 확 잡아 당기거나 튀어나가는 듯한 상황은 연출하지 않는다. 어느 속도에서나 매끄럽게 달린다. 이 차는 자가운전용이라기보다 뒷좌석에 타는 사람을 위한 차다. 뒷좌석 전용 모니터와 에어컨이 있고, 뒷자리도 신장 1m80cm쯤 되는 사람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또 부드럽게 출발하고 정차해 뒷자리에 앉아 졸아도 편하게 잘 수 있다.
그렇지만 손수 운전하는 차로는 어떨까. 이 차는 철없던 시절에 꿈꿀 만한 ‘일등 신랑감’ 같다. 그런데 흠 없는 남편은 지루하고, 그의 아내는 심심하다. 렉서스는 지금까지 나온 차 중에 가장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은 차로 꼽히지만 운전 재미는 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이 차를 운전해 보면 나른해진다. 누가 차 앞으로 얄밉게 끼어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운전하다 신호를 어겨도 뜨끔하지 않다.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 깔끔해 더렵혀질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요소라고나 할까.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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