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았습니다] 시동 걸어도 안 건 듯 조용 뒷좌석에선 두다리 '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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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양산 차인 프리우스(1.3L)를 캘리포니아 부자들의 ‘애완용 차’라고 한다. 부자들이 기름을 덜 먹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인 하이브리드카를 탐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대형 최고급 세단에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은 렉서스 LS 600hL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다. 아예 부자들이 타는 대형차에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비싸고 큰 차를 타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차는 겉모양이나 인테리어는 LS 460L과 차이가 없다. 다만 배기량을 키우고 전기모터를 얹어 힘을 키우고 연비를 좋게 했다. 겉은 3000만원 정도 싼 차와 같지만 내부 기관을 ‘노블리스 오블리주’형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 차를 처음 탔을 때 시동을 여러 번 껐다 켰다 했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불만 들어오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윙~’하는 엔진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엔진이 켜지는 것이다. 액셀을 밟아 움직이면 비로소 약한 엔진 소리가 들린다. 속도를 줄이면 축전지에 전기가 충전되는 표시가 계기판에 나온다. 배기량이 큰 만큼 기운이 넘치지만 사람을 확 잡아 당기거나 튀어나가는 듯한 상황은 연출하지 않는다. 어느 속도에서나 매끄럽게 달린다. 이 차는 자가운전용이라기보다 뒷좌석에 타는 사람을 위한 차다. 뒷좌석 전용 모니터와 에어컨이 있고, 뒷자리도 신장 1m80cm쯤 되는 사람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또 부드럽게 출발하고 정차해 뒷자리에 앉아 졸아도 편하게 잘 수 있다.

그렇지만 손수 운전하는 차로는 어떨까. 이 차는 철없던 시절에 꿈꿀 만한 ‘일등 신랑감’ 같다. 그런데 흠 없는 남편은 지루하고, 그의 아내는 심심하다. 렉서스는 지금까지 나온 차 중에 가장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은 차로 꼽히지만 운전 재미는 좀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이 차를 운전해 보면 나른해진다. 누가 차 앞으로 얄밉게 끼어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운전하다 신호를 어겨도 뜨끔하지 않다.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 깔끔해 더렵혀질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요소라고나 할까.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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