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 문국현에 ‘올인’ 느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11일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김영춘 의원은 올해 초까지 문국현(전 유한킴벌리 사장) 대선 예비후보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연초에 몇몇 의원과 함께 당시 문 사장으로부터 유한킴벌리 경영 모델에 대해 ‘강의’를 들은 것이 첫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뒤인 9월 문 후보의 집 근처 식당에서 이뤄졌다. 불과 한 달 뒤 김 의원은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동시에 선언했다.

문 후보 측 김헌태(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정무특보는 처음으로 문 후보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것이 올해 6월이다. 그는 이후 두 달 만에 캠프 합류를 결심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쌓아온 경력을 당시 지지율 1%도 안 되던 문 후보에게 100% 투자한 것이다.

문 후보의 인지도는 50%대다. 지지율은 3∼5% 정도다. 아직 소속 정당도 없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14일에야 창당 발기인 대회(가칭 창조한국당)를 연다. 그래서 기존 상식으로는 정치권 안팎 인사들의 ‘문국현 올인’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특히 문 후보 주변에는 김 의원이나 김 특보처럼 후보와의 인연이 그리 길지 않은 사람이 많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성균관대 김태동(경제학부) 교수는 2004년 한 조찬 강연에서 문 후보를 만났다고 했다. 이후 별다른 접촉이 없었지만 그는 8월부터 정책 분야에서 문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창당 발기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왜 그랬을까.

“문 후보가 8% 경제성장을 주장하더군요. 저는 어렵다고 봤죠. 그런데 이분이 대학 교수인 저를 앉혀놓고 칠판에 직접 쓰면서…. 많은 경우에 제가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설득당합니다.”

‘문국현식 경제’는 인원 감축 없이 휴식·학습을 늘려 생산성을 높인 유한킴벌리 모델에서 출발한다. 8% 성장도 대기업 주도의 단순 육체노동을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평생학습체제의 고부가가치 노동으로 바꿔 달성하겠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진보진영 내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지나치게 낭만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상당수다. 정범구 전 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서울시립대 신봉호(경제학부) 교수는 “문 후보는 양극화 극복과 지식사회 국가경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정책적 이유만으로 문국현 현상을 설명할 순 없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동원·불법 논란으로 망가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카드 게임으로 치면 이제는 그가 범여권 지지층에게 마지막 남은 ‘조커’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신당의 이계안 의원은 “15일 신당 후보 확정은 또 다른 경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후보 단일화 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뜻이다. 역시 문 후보를 지지하는 신당의 원혜영 의원은 “문 후보가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지지율을 이렇게 올렸는데…”라며 “단일화 국면이 시작될 때 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높더라도 문 후보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ㆍ사무총장ㆍ최고위원을 지낸 신당의 중진이다.

문 후보 캠프에서 수석전략가 역할을 하고 있는 김헌태 특보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는 무능한 범여권을 응징하려 한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틈새다.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신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여기서 나온다. 신당 후보 중에 경제 분야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설 이력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점도 문 후보 측이 승리를 장담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국현 대안론’은 아직까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특히 신당 내에선 문 후보가 독자 창당을 하기로 한 것이 패착이라는 주장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친노 성향의 한 의원은 “신당을 만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질 경우 대뜸 문국현 당으로 가면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당을 안 만들면 도울 수 있어도 당적을 바꾸긴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신당 경선 선두인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다른 의원은 “문 후보의 재산이 137억원에 달하던데 중산층·서민이 보기에 좀 ‘쇼킹’하지 않겠느냐”며 때이른 견제에 나섰다. 단일화 국면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선하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J-Hot] 북한 무역 규모 남한 212분의 1

[J-Hot] "아베, 금고가 꽉차 현금 다발이 마루에 굴러다녀…"

[J-Hot] 노대통령 시승차 요지부동에 평화자동차 '진땀'

[J-Hot] 성폭행 후 피해자 사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충격'

[J-Hot] "뉴욕대 교수 되니까 국내 명문대 러브콜"

[J-Hot] 성행위 때 아내가 얼굴을 찌푸린다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