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문인과 여류문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뜻있는 분들은 여류문인이란 말에 심한 거부감을 표시한다.문인이면 그냥 문인이지 여류문인은 또 뭐냐,그렇다면 그 대칭에 있는 남류문인은 왜 거론치 않느냐 하는 항변이다.같은 일에 종사하는데도 단지 성이 다르다 해서 따로 구분하려는 발상에는 나 역시 거부감을 느낀다.수단이 약간 다른 점을 들어 마치 목적은물론이고 그 수단이 도달할 결과마저 다른 것인양 치부해버리는 태도는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쪽에서 문인 대접을 하고 싶어도 스스로 여류임을 자처하면서 여류로 머물기를 고집하는 문인을 이따금 만나게 된다.
그런 여류문인들의 공통점은 약력에다 자신의 나이를 밝히기를 심히 꺼리는 것이다.흐르는 세월과 상관없이 자신의 젊고 아리땁던시절의 사진만을 줄곧 내놓는 점 또한 특징중의 하나다.
그런 점들이 무슨 멋으로 보이는지,아니면 문단의 관행쯤으로 아는지 이제 막 등단한 신인들도 여류 선배를 본받아 자신의 나이를 솜씨껏 감춤으로써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지장을 주는 경우를 왕왕 본다.그래서 나는 문학을 지망하는 젊 은 여성들에게 제발 여류문인이 되지 말고 그냥 문인이 되라고 권고하곤 한다.꽃을 자처하면서 언제까지고 꽃으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은 문인이 될 수 없다.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진실과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렵다.그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문학을 영위하기도 어렵다.
최근 어떤 모임에서 나는 존경하는 대선배를 오랜만에 뵈었다.
그분 앞에 서면 남류와 여류의 성별이 무의미해진다.아무런 꾸밈도 가하지 않은채 나이에 따라 변화하고 원숙해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분의 당당한 자세를 통해서 나는 늙는다는 것이참으로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할 수가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