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영토선이라는데 국민을 오도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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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영토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된다"며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진짜 권력자답다"며 "자기들의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NLL을 가지고) 남북 간에 만나서 다투어 우리한테 결코 유리한 주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리 남쪽에서 NLL이 희석될까 겁내는데 그 NLL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해결은 뒤로 미루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얘기로 옮겨갔다"고 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정당 대표들과 오찬에서 "NLL 문제는 영토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한반도 전체가 우리 영토"라며 "그 선은 처음에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국민들을 오도하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자 한나라당과 군사전문가, 군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NLL 문제를 이슈화해 대선 정국을 안보.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고 경계하고 있다.

군 당국은 군 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의 발언인 만큼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혼란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지금까지 NLL에 대해 영토선이라는 용어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8월 21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익명을 부탁한 한 국방 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11월 평양에서의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NLL문제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같다"며 "북측의 NLL 재설정 주장에 양보할 의사가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의 그 밖의 발언 요지="김정일 위원장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얘기했다. 부시 대통령과 나눈 종전선언 얘기를 김 위원장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이 '나도 종전선언에 관심 있다. 그거 한번 추진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흡수통일 같은) 독일 방식으로 가지 않을 거다. 고난의 행군은 이미 지났다. 이번에 보고 만만치 않은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북지원 비용이) 수십조원이라는 건 과장됐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다음 정부의 부담이 안 될 것이다."

박승희 기자

☞◆NLL(Northern Limit Line.서해 북방한계선)=1953년 유엔군사령부가 남북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에 설치한 양측 해.공군의 정찰활동 제한 경계선. 지금까지 남북 간 해상 영토 경계선으로 기능해 왔다. 북한은 73년부터 서해5도를 포함한 NLL 부근이 북측 수역임을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침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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