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코너] 노인이 이상 성욕을 보일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필자는 10여 년 동안 검찰청에서 비뇨기과 자문의(諮問醫)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노인들이 저지르는 각종 성범죄로 빈번하게 그들의 성적 능력을 체크해보게 됐다. 그때 노인들이라고 해서 섹스의 공백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서초구 꽃동네 화재 때 두 명의 소녀를 성폭행한 것도 60대 노인들의 소행이었지만 혐의자들은 성적 불구라면서 그런 범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래서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출동했던 일도 있었다.

때마침 사회단체의 소개로 한 젊은 여성의 성문제 상담을 맡게 되었는데, 이것이 검찰청에서 겪었던 사건과 오버랩돼 노인의 성범죄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볼 기회가 생겼다. 당사자 노인들은 섹스가 가능하다는 사실에만 집착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성적 충동의 통제능력을 상실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바로 그런 노인의 케이스를 이해하기 위해 섹스 계약을 맺었던 젊은 여성의 고백을 소개한다.

‘저는 24세의 미혼 여성입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모 건설회사 회장인 75세 노인과 한 가지 괜찮은 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보살펴주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제 명의로 넘겨준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것입니다. 10만~20만원씩 수표를 얻어 쓰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꽤 좋은 조건의 고용계약인 셈입니다.

이 노인은 5년 전 가벼운 뇌일혈로 쓰러져 지금은 약간 한쪽 다리를 절긴 하지만 대체로 건강한 편입니다. 이북에서 단신 월남해 자수성가한 사람이므로 정신력이 매우 강하고 무엇에나 열중하는 성격입니다. 포르노를 좋아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거기에서 보는 섹스 장면을 실연해 보자고 해 애를 먹이는 것도 그런 성격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면 속의 남자 주인공이 두 명의 여자를 데리고 섹스를 하는 3인 1조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고 해 그 지원자를 섭외하느라 혼이 났던 일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파티를 매주 3일간 빠뜨리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노인의 정력이 참으로 절륜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 볼 때 참으로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였습니다.

아파트를 주겠다는 것은 구두약속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식으로 각서를 받아 공증까지 마친 상태였거든요. 나중에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는 해석을 받았지만 저는 이 계약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로서도 인생의 성패가 걸려 있는 이 아르바이트에 열중할 결심을 하고 있던 차에 그 노인이 전화를 걸어 오후 3시쯤 아파트로 오겠다고 합니다. 한 번 그에게 걸리면 서너 시간 정도는 섹스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70대 후반인데도 이렇게 대단하니 이상한 것 아닌가요?

노망한 노인이 서명 날인한 서류를 가지고 있다가 만일 노인이 복상사라도 하는 날에는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파트가 제 명의로 넘어올 때까지 이대로 더 견뎌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그 노인과 헤어져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 노인처럼 고령에 뇌출혈 경력을 가진 사람은 그 후유증으로 가벼운 뇌연화(腦軟化)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노인성 치매가 발작하는 일이 흔히 있다. 그런 사람은 지성이나 이성에 의한 정신적 억제가 이뤄지지 않아 성욕이 한 번 발동하면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이상 성욕 증진증이 되어 버린다. 엄밀한 의미에서 정력이 남달리 강해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평소에 억눌러왔던 성적 충동이 뇌가 가진 통제능력의 소멸로 강하게 튀어 오르며 생긴 생리적 반동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연령에 맞지 않게 섹스가 강한 경우 동맥경화나 노인성 치매 같은 것이 그 배경에 감춰져 있을 때가 많다.

남자의 성욕이 이성의 제어를 받지 않고 원형 그대로 표현될 때 이런 이상한 행위로 주위 사람들에게 비치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 [J-HOT] [속보] 탈레반 "독일군 철수 안해 인질 2명 모두 살해"

▶ [J-HOT] "선교사 파견수 신앙심 척도 여기는 풍토가 한 몫

▶ [J-HOT] 탈레반 "한국인 인질 살해하겠다" 2차 통첩

▶ [J-HOT] [blog+] 냉면위의 계란은 언제 먹어야 할까

▶ [J-HOT] 납치된 신도들, 유서 쓰고 갔다는 소문도

▶ [J-HOT] 머리에 난 혹에 살아있는 벌레 5마리가 생활

▶ [J-HOT] [곽대희 칼럼] 노인이 이상 성욕을 보일 때

▶ [J-HOT] 가수 편승엽, '세 번째 이혼' 뒤늦게 알려져

▶ [J-HOT] 납치 모면했다는 이정란씨 어디로 갔나

▶ [J-HOT] [화보] 조물주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수족관, 팔라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