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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색 옷입고 선거운동은 따로…“위성정당 법이 참 요상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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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호 04면

총선 D-4 선거판 또 나온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같은 정당인 거 다 아는데 법이 참 요상하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에서 만난 민주당 지지자 이용우(35)씨가 한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24번 서승만이다. 24번까지 당선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걸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걸 두고서다.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은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 대표는 다른 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할 순 없다는 의미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국민의미래 최보윤 후보가 인요한 선대위원장 도움을 받으며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국민의미래 최보윤 후보가 인요한 선대위원장 도움을 받으며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미래를 지지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출마하지 않아서다. 지난달 29일 국민의미래선거방송연설에 출연해 “저희부터 달라지겠다.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정치 쇄신 약속을 드린다”고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 위원장도 그러나 지역구 후보 유세 차량에 올라, 국민의미래 지지를 호소할 순 없다.

‘요상한 법’의 사례는 이것 말고도 많다. 지난 2일 고척근린시장에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두루 인사했다. 이곳(서울 구로갑)에 출마하는 호준석 국민의힘 후보가 그와 함께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나 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삼갔다. 대신 그가 한 말은 이거였다. “왜 왔는지 알지요?” 그가 떠난 뒤 20여 명의 시민에게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의 차이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색이 같으면 그냥 같은 당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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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을 떠올리게 하는 유세버스를 마련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1번)과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5번)이 1·5를 새긴 ‘쌍둥이’ 버스를 마련했다가 선관위의 지적을 받았던 터라, 이번엔 기호를 넣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파란색이 뚜렷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2월 말 다당제를 지향한다며 민주당 등 현 야권 진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행 처리한 이후 반복되고 있는 코미디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만들었다. 민주당은 이를 맹비난하다 슬그머니 자신들도 만들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이후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위성정당 방지법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임박해선 과거 방식인 병립형으로 회귀할 듯하다 접었다. 그러곤 시민단체·진보당과 손잡고 또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은 내내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에도 위성정당 사태가 벌어진 까닭이다.

이에 대해 회사원 이현모(45)씨는 “위성 정당이 아닌 위선정당”이라고 꼬집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이런 위성정당은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얻는 정책적 정보에 대혼란을 준다”며 “양당이 정치적 이득만 생각하는 상황에서 생긴 기형적 정당들이다. 4년 뒤에도 이런 기형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폐해는 ‘정당 난립’이다. 38개 정당이 등록해 역대 최장인 51.7㎝의 투표용지가 상징적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별도로 뽑기 시작한 17대 총선 이후 비례대표 선거에 뛰어든 정당이 늘긴 했다. 17대 14곳에서 18대 15곳, 19대 20곳, 20대 21곳이 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가 도입된 21대 총선에서 정당이 35곳으로 늘었고 이번엔 38곳이 됐다. 정작 당선자를 내는 정당은 4~6곳으로 한정돼 있다.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창당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례 또한 논란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이수역 일대에서 펼쳐진 조국혁신당의 서울 첫 유세엔 300여 명이 몰렸다. 조 대표는 42분간 연단에서 마이크도 없이 ‘기자회견’이란 걸 했다. 그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연설을 할 수 없고 유세차도 마이크도 쓸 수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중간중간 “탄핵하라” “미친 X들이다” 등의 고함이 쏟아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당 정치는 가치나 이념을 걸고 나와야 지속 가능성이 있는데 이 정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혐오만 등에 업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낸 돌연변이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골적이면 노골적일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니 정책은 뒤로 한 채 자극적인 이야기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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