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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협상없다” 하마스 “공습마다 인질 1명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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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전면전을 향해 달려가는 양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은 없다”며 중동 전역에서의 보복전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하마스의 기습공격 나흘째인 1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지상군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IDF는 이날 “가자지구 경계에 35개 대대가 배치됐고, 향후 작전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인 대피가 완료됐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집트가 통제하는 길을 통해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3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한 데 이어 이날 추가 6만 명의 동원령을 내렸다. 시민들에겐 방공호에서 약 3일간 머물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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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9일 밤 TV 연설에서 “하마스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IS)”라며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IS를 이긴 것처럼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하마스를 처단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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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에게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며 “중동에서 약점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대해 지상군을 투입하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작전도 돌입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더타임스에 “서방이 ISIS를 대할 때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방면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작전적으로 하마스 지도부와 전투원들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동시에 국제적·외교적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DF는 이스라엘 남부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으면서 무장 침투한 하마스 세력 시신 약 1500구를 발견했다고 10일 발표했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섰다. 하마스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9일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가자지구에 있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을 때마다 이스라엘 인질을 한 명씩 사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싸움이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과 인질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질 일부가 이미 살해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CNN은 하마스와 연계된 텔레그램 영상을 자체 분석해 납치된 민간인 중 최소 4명이 억류 중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150여 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와 참모들은 납치된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아 하마스가 일부 인질을 처형하고 일부는 ‘인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미국 시민이 있는지 아직 모르지만, 그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 주요국과 공동전선을 재확인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개국 정상과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행동”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국민을 만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 땅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면서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 등 항모 전단의 동부 지중해 전진배치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고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서방은 팔레스타인 지원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총 6억9100만 달러(약 9304억원) 상당의 개발원조 계획 전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원조가 하마스에 직접 지원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당초 지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는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나흘째 계속됐다. IDF는 지난 9일 밤새 하마스가 사용하는 건물과 무기보관소인 이슬람 사원 등 가자지구 내 200곳이 넘는 시설을 로켓 등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공습으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자와드 아부 샴말라와 자카리아 아부 마마르 등 하마스 고위 관리 2명이 숨졌다. 10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에서 최소 1000명, 가자지구에선 77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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