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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조로, 마스크 투혼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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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이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상대 를 등지고 드리블하는 한국 손흥민(오른쪽). [AFP=연합뉴스]

한국이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상대 를 등지고 드리블하는 한국 손흥민(오른쪽). [AFP=연합뉴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원정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첫 경기를 아쉬운 무승부로 마쳤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맛을 보지 못했다. 마스크를 쓴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은 손을 밟히고, 신발이 벗겨지고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등 악전고투했다.

한국(FIFA랭킹 28위)은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1차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13위)와 전·후반 내내 치열한 기싸움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다. 우루과이와 역대 전적에서 9전 1승2무6패로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2018년 9월 맞대결에선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와 정우영(33·알사드)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뒀지만, 앞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두 차례(1990·2010) 맞붙어 모두 졌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는 전반 35분쯤 나왔다. 상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김문환(27·전북)의 땅볼 패스를 정면에 있던 황의조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스치듯 넘어갔다.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 오른편을 살짝 벗어난 장면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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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드필더 이재성(왼쪽)과 수비수 김민재(오른쪽)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전에 볼 수 없던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선보이며 우루과이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EPA=연합뉴스]

한국 미드필더 이재성(왼쪽)과 수비수 김민재(오른쪽)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전에 볼 수 없던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선보이며 우루과이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EPA=연합뉴스]

아찔한 실점 위기도 있었다. 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허용한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디에고 고딘(36·벨레스 사르스필드)의 헤딩 슈팅이 왼쪽 골 포스트에 맞고 굴절돼 위기를 넘겼다. 후반 36분엔 상대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23·리버풀)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 우리 골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후반 막바지엔 페데리코 발베르데(24·레알 마드리드)의 대포알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후반 28분 파울루 벤투 감독이 황의조와 이재성(30·마인츠)·나상호(26·서울)를 한꺼번에 빼고 조규성(24·전북)·손준호(30·산둥타이샨)·이강인(21·마요르카)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경기를 반전시킬 만한 기회는 없었다.

전반에 비해 후반 흐름은 아쉬웠다. 대등하던 볼 점유율이 37%(한국)대 48%(우루과이)로 벌어졌고, 슈팅 수에서도 6-10으로 밀렸다. 양팀 모두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지만 유효 슈팅은 없었다.

한국은 대회 전 수비가 염려됐지만,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촘촘하게 그물수비를 펼쳐 우루과이 공격의 핵 누녜스를 봉쇄했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왼쪽)을 후반 교체 투입하기에 앞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이 이강인(왼쪽)을 후반 교체 투입하기에 앞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관심사였던 손흥민의 90분은 합격점이었다. 벤투 감독이 가동한 4-3-3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자신의 105번째 A매치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마크맨 마르틴 카세레스(35·LA갤럭시)와는 여러 차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적극적으로 맞부딪쳤다. 후반 11분 카세레스에게 밀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손을 밟힌 손흥민이 고통스러워하자 경기장이 일순 침묵에 휩싸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묵묵히 털고 일어나 벗겨진 축구화를 고쳐 신으며 경기에 집중했다.

지난 2일 소속팀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얼굴을 다친 손흥민은 이틀 뒤 수술을 받고 재활과 훈련을 병행해 왔다. 검정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그를 본 축구 팬들은 ‘캡틴 조로’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응원했다. “1% 미만의 가능성이라도 (출전할 수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리겠다”며 월드컵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 손흥민은 2014년(브라질)과 2018년(러시아)에 이어 생애 세 번째 월드컵 첫 경기부터 맹활약했다.

경기 환경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라운드는 잘 관리된 상태였고 현장에서 측정한 기온은 26~27도를 오르내렸다. 관중석에서는 북측 골대 양옆을 중심으로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이 수백 명 단위로 이곳저곳에 모여 앉아 경기 내내 뜨거운 응원을 이어갔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착용한 것과 비슷한 조로 마스크를 쓰고 쾌유와 활약을 기원했다.

오늘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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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감한 한국은 오는 28일 오후 10시 같은 장소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FIFA랭킹 61위)를 상대로 2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최종전은 다음달 4일 0시 포르투갈(FIFA랭킹 9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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