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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토레스 두 골 ‘보셨죠? 예비장인 감독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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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코스타리카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의 7-0 대승을 이끈 공격수 페란 토레스(왼쪽)와 한 골을 넣으며 최연소 득점 3위를 기록한 가비. 토레스는 스페인에 12년 만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길골잡이라는 평가다. [AP=연합뉴스]

코스타리카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의 7-0 대승을 이끈 공격수 페란 토레스(왼쪽)와 한 골을 넣으며 최연소 득점 3위를 기록한 가비. 토레스는 스페인에 12년 만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길골잡이라는 평가다. [AP=연합뉴스]

스페인 축구대표팀 공격수 페란 토레스(22·FC바르셀로나)에겐 최고의 날이었다. 승점 3점도 챙기고, ‘예비 장인’으로부터 점수도 땄으니 말이다.

토레스는 2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2골을 터트리며 스페인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토레스는 2-0으로 앞선 전반 31분 페널티킥을 가볍게 성공했다. 후반 9분엔 감각적인 왼발 터닝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토레스는 두 손을 구부려 교차해 알파벳 ‘S’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두차례나 펼쳤다. S는 관중석에서 지켜본 동갑내기 여자친구 시라 마르티네스의 이름을 뜻하는 동작이었다. 토레스의 연인인 마르티네스는 루이스 엔리케(52) 스페인 감독의 딸이다. 엔리케 감독은 벤치에서 토레스의 골이 터지자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토레스가 예비 장인에게 멀티골과 첫 승을 선물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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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 토레스

페란 토레스

토레스는 승마선수이자 인플루언서인 마르티네스와 지난 1월 교제를 인정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출신답게 토레스는 사랑을 위해 팀까지 바꿨다.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에서 뛰던 토레스는 장거리 연애를 접고 지난해 스페인 FC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사생활에 관해선 함구하던 토레스는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엔리케 감독님과 저는 공과 사를 구별한다. 가족일 때와 감독-선수 관계일 때는 다르다”고 말했다.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엔리케 감독도 최근 “나와 가장 닮은 선수는 토레스다. 만약 다른 답변을 한다면 내 딸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페인은 이날 2000년생 토레스뿐만 아니라 젊은 피들이 맹활약한 덕분에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신형 엔진을 대거 장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인은 1962년 불가리아 이후 60년 만에 10대 2명을 베스트11에 포함시켰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2004년생 가비(18·바르셀로나)는 후반 29분 발리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한국인이었다면 올해 수학능력 평가 시험을 봤을 고교 3학년 나이다. 또 2002년생 미드필더 페드리(19·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중원을 장악했다.

특히 이날 골을 기록한 가비는 월드컵 최연소 득점 3위(18세 110일)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 최연소 골 기록은 축구 황제 펠레가 갖고 있다. 펠레는 1958 스웨덴월드컵 웨일스와의 8강전에서 17세 239일의 나이로 골을 터뜨렸다.

페란 토레스

페란 토레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스페인 ‘티키타카(Tiki-Taka·탁구 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는 종말을 고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날 ‘진화한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패스를 무려 1043개나 시도했다. 코스타리카(231개)보다 4배나 많은 수치다. 패스성공률은 94%, 볼 점유율은 82%나 됐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티키타카가 돌아왔다. 첫 경기에서 젊음과 재능을 뽐내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스페인 국가대표 공격수 페란 토레스와 연인 시라 마르티네스(왼쪽).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딸이다. [사진 시라 마르티네스 인스타그램]

코스타리카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스페인 국가대표 공격수 페란 토레스와 연인 시라 마르티네스(왼쪽).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딸이다. [사진 시라 마르티네스 인스타그램]

스페인은 슈팅 17개를 때린 반면 코스타리카는 슈팅 0개에 그쳤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7골만 내줬던 코스타리카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파리생제르맹)를 상대로 한꺼번에 7골을 몰아쳤다. 1998년 월드컵 불가리아전(6-1 승)을 뛰어넘는 스페인의 월드컵 최다 골 차 승리다. 엔리케 감독은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우선 공을 소유해야 하며, 상대가 공간을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티키타카 패스 1043개, 코스타리카 4배

스페인의 다니 올모(24·라이프치히) 등 득점한 선수 6명의 평균 연령은 24세였다. 엔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 세르히오 라모스(36) 등 노장들을 제외하고 2000년대생을 9명이나 발탁했다.

특히 가비와 페드리는 과거 스페인 중원을 책임진 사비 에르난데스(42)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8)를 연상시킨다. ‘가두리 듀오’라 불리는 가비(키 1m73㎝)와 페드리(1m74㎝)는 베테랑 세르히오 부스케츠(34)와 함께 상대를 가둬버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스페인의 강점은 유능한 젊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본기, 볼 소유, 효율적인 공간을 찾아내는 움직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다. 상대 좁은 지역에서도 ‘패스 앤 무브’에 의한 찬스 창출이 극에 달했던 경기였다”며 “스페인은 확실한 골잡이가 없다는 부분이 약점이었지만, 코스타리카전처럼 선수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쳐 모두가 득점을 터트린다면 약점도 상당 부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득점력만 유지된다면 우승 후보”라고 말했다.

28일 독일과 2차전을 앞둔 토레스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하겠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경기를 이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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