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한국의 건강관리 체계, 일본·미국보다 앞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글로벌 건강 포용성 지수

매일 마주하는 일상은 몸이 건강해야 지킬 수 있다. 건강이 실질적인 인권이라는 말도 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상태로 지내는 건강수명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다. 어떤 보건의료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따라 개인은 물론 국가의 건강 수준이 달라진다.
 
최근 글로벌 컨슈머 헬스케어 기업인 헤일리온은 글로벌 정치·경제·사회 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와 함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보건정책 ▶질병 치료 접근성 ▶개인·사회의 헬스케어 역량 등을 조사·분석했다. 전 세계 최초의 글로벌 건강 포용성 지수(Health Inclusivity Index)다. 개인·사회·문화적 건강 취약점을 발굴해 인류에게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건강관리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를 찾는 것이 목표다.

정부의 보건정책, 전 세계 3위

올해 처음 시행된 조사에서 건강 포용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종합 점수 90.9점으로 영국이 다. 그 뒤는 호주·프랑스·독일이 차지했다. 한국은 일본·캐나다·미국·중국 등보다 앞선 6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다. 한국은 정부에서 전 생애주기에 걸쳐 건강증진 관리 정책을 시행한다는 점, 신뢰도 높은 건강 정보를 제공해 건강 증진 인식 개선에 적극적인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건강 포용성 지수가 높을수록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 체계가 잘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계적인 보건정책은 셀프 헬스케어(Self Healthcare)의 기초가 된다. 한국은 보건정책 분야에서 글로벌 3위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보건정책은 건강 친화적 사회 환경을 만들어 보편적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금주·영양·신체활동·구강건강·암 등 건강수명에 기여하는 건강 지표를 수치화해 관리해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적극적이다.

질병 치료 접근성 개선은 숙제

개인·사회의 헬스케어 역량도 중요하다. 실체적인 건강관리는 병·의원이 아닌 가정·사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좋은 식단·운동을 실천하면서 아프기 전에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건강 정보를 이해·활용하는 건강 정보 문해력(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이 중요한 이유다. 공공 영역에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의 개인·사회 헬스케어 역량은 글로벌 8위(91.7점)로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개인의 헬스 리터러시 수준은 다소 낮은 편(66.67점)으로 나타났다. 헬스 리터러시 수준이 낮은 사람은 질병의 징후를 놓쳐 중증으로 진행한 다음 뒤늦게 치료받는다. 의료진이 자신에게 건강 상태를 질문하거나 치료 방향을 논의할 때도 수동적으로 참여한다. 개인·사회의 헬스 리터러시 수준을 높이면 내 건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의외로 한국의 질병 치료 접근성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보건의료 인프라는 질병 예방이 아닌 진단·치료에 더 집중한다. 예방적 대응에 소홀해 불필요한 보건의료비 지출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인구 대비 의료인도 적다. 문제는 의료 취약지다. 병·의원이 몰려 있는 도시와 달리 농어촌 지역은 아플 때 찾아갈 곳이 없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데이비드 험프레이 EIU 건강정책 글로벌 실행리더는 “일상적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건강 포용성 지수로 건강 불평등 문제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