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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과 맛에 홀렸다" 中 차(茶)의 '대항해시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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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르네상스 관청에서 일하던 지리학자 라무시오가 1559년 〈항해와 여행〉을 통해 유럽에 중국의 차를 최초로 소개한 후, 약 463년 지난 현재 중국 차가 다시 한 번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호주 멜버른 CBD에서는 도보 기준 약 10분 간격으로 중국 차음료 매장이 잇달아 자리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상권별로 2~3개의 중국 차음료 매장이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성수기인 1월 매출이 5~6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국 차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관련 통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소비자들이 중국 차 음료에 연간 40억 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36Kr]

[사진 36Kr]

‘녹색 황금’이라 일컬어지던 중국 차

대항해시대, 유럽과 중국 간 차 무역이 활발해진 이후 1716년부터는 찻잎이 중국과 영국 무역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찻잎의 가치는 점점 높아졌으며, 심지어 ‘녹색 황금’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파란만장한 대항해시대를 지나 2022년 현재, 중국 차는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차 음료는 세계인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커피와 함께 일상 음료로 자리 잡았다.

호주에서 4년째 유학 중인 중국인 린(林)씨는 36Kr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멜버른 CBD에서는 중국 차음료 매장이 편의점만큼 흔하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 현지에 프랜차이즈 차음료 매장을 오픈한 저우(周)씨는 “(내가) 매장을 연 당시에만 해도 주변에 차음료 매장이 흔치 않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해피레몬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은 캘리포니아주 주요 상권에 2~3개의 차음료 매장이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중국 차음료가 환영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멘텀웍스(MomentumWork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중국 차음료에 연간 40억 달러(5조 6232억 원)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Momentum Works]

[사진 Momentum Works]

해외에서 중국 차음료 열풍이 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세대 차음료 브랜드로 알려진 해피레몬, 공차에 이어 미쉐빙청(蜜雪冰城), 바왕차지(霸王茶姬) 등 후발자 역시 치열한 중국 시장 경쟁에 지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아직 차음료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외국 시장은 이들 브랜드에 ‘골드러시’로 여겨졌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자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중국 차음료 시장이 빠르게 확대한 모습을 눈여겨본 창업자들은 발 빠르게 외국 시장에 진출, 개인 차음료 매장을 잇달아 오픈했다.

‘해피레몬, 공차’ 등 선발주자의 외국 시장 개척

해피레몬의 모기업 야뤄톈디(雅茗天地)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피레몬 매장은 2010년 필리핀에 진출을 시작으로 2013년 한국, 2015년 영국 런던과 미국 보스턴 등지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여 개 국가의 200여 개 도시에 매장을 확대했다.

공차도 글로벌 시장 확장에 적극 나섰다. 공차의 공식 홈페이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 아시아 외 지역까지 손을 뻗었다. 차근차근 매장 확대에 나선 공차는 세계 곳곳에 1600개 매장을 오픈하며 ‘글로벌 공차’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사진 霸王茶姬]

[사진 霸王茶姬]

1세대 차음료 브랜드의 발 빠른 세계 시장 공략으로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다. 2018년, 전세계 차음료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281조 3199억 9999만 원)를 돌파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급습하기 전까지 세계 차음료 시장 규모는 지속 증가하고 있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차음료 시장 규모는 3185억 6000만 달러(448조 864억 9600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도 질 수 없지” 트렌디한 컨셉으로 해외 시장 진출한 中 신차 브랜드

1세대 차음료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조용히 파이를 확대하는 동안, 신차 브랜드도 그 뒤를 이어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들 브랜드의 강점은 주요 소비자층인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트렌디함’이다. 매장 인테리어는 눈에 띄며, 음료 종류도 색다른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 맞춰 다양함을 강조했다.

중국 현지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중국 궈차오(國潮, 애국소비) 차음료 브랜드로 잘 알려진 바왕차지 해외 사업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맥도날드, KFC, 스타벅스의 성공 뒤에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요소가 있다”며 “미국의 국력 강화와 함께 전 세계로 퍼진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왕차지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2013~2014년 창업자와 함께 해외 사전 답사를 다녀오면서 해피레몬과 공차와 같은 1세대 브랜드가 관련 시장 발전 기반을 잘 닦아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와 한국에 있는 중국 차음료 브랜드가 이를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진 霸王茶姬]

[사진 霸王茶姬]

바왕차지를 비롯해 미쉐빙청 등 신차 브랜드도 1세대를 따라 해외 현지에 영향력을 서서히 확대해 나갔다. 바왕차지는 2019년 8월,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매장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외국 시장 개척에 나선다. 바왕차지에 따르면 해외 매장은 약 50개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성장한 수치다.

미쉐빙청은 이보다 먼저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베트남 하노이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다. 나이쉐더차(奈雪的茶)와 시차(喜茶) 역시 같은 해 싱가포르에 상륙했다.

올해 6월, 중국 36Kr은 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쉐빙청의 해외 매장 수가 이미 1000개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쉐빙청이 베트남 하노이에 첫 번째 해외 매장을 개업한 이후 4년 만의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현지 창업자도 커피 대신 차음료 매장 낸다…세계 각지에서 꽃피우는 중국식 차음료

베이징에서 일하던 평범한 중국인 쉬멍(徐夢, 가명)은 멕시코인 남편을 따라 멕시코 이라푸아토로 이주했다. IT 업계에서 일하던 그는 멕시코에서 어떤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다 다른 나라에서 버블티가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을 보고 버블티 매장을 창업한다.

 쉬멍이 만든 멕시코 밀크티 브랜드 [사진 매일경제신문]

쉬멍이 만든 멕시코 밀크티 브랜드 [사진 매일경제신문]

쉬멍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버블티 매장 창업은 그야말로 ‘대박 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루에 100~200잔 판매되는 건 기본”이라며 벌써 맥시코 현지 친구가 2번째 매장 오픈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며 미소 지었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 차음료가 인기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쉬샹(徐祥, 가명)은 2021년 아프리카 토고에서 친구를 도와 중국식 차음료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제품 라인은 중국에서 핫한 미쉐빙청을 벤치마킹했다.

[사진 36Kr]

[사진 36Kr]

현지 소비자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덕분에 이미 2번째 매장 오픈까지 마쳤다. 2022년 9월 현재, 그는 토고에 3번째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바왕차지 해외 사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국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문화 역시 널리 퍼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세계인이 중국 차음료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를 현지 생활 속에 흡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야흐로, 중국 차음료 브랜드의 ‘대항해시대’가 열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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