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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中 자동차 업체, 비결은 '애플' 덕분?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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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삼대장 중 하나인, 리샹(理想·Li Auto)의 L8 모델은 올 하반기, 잇따른 전략 수정으로 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중국 국경절 연휴 전날인 9월 30일 오후(현지시간), 리샹은 세 번째 신차인 L8 모델을 공식 발표했다. 리샹 L8은 Pro 모델과 Max 모델로 나누어지며 가격은 각각 35만 9800위안(7260만 원), 39만 9800위안(8066만 원)으로 오는 11월 초부터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 9월 30일 정식 출시되었지만, 사실 이 모델은 3개월 전부터 독특한 전략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8 [사진 CnEVPost]

L8 [사진 CnEVPost]

스마트폰의 ‘신’ 애플 전략 따른 효과는?

L8 출시에 앞서 지난 6월 중순, 리샹은 L9을 발표했다. 스펙 면에서 리샹 ONE 시리즈보다 대폭 향상되어 ‘500만 위안(약 10억 원) 이내 최고의 가정용 SUV’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L9과 전반적인 외관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더 저렴한 L8이 등장했다. 특허를 낸 전용 지도 프로그램과 사람들이 촬영한 스파이샷으로 L9에 관한 관심은 L8으로 옮겨갔다.

여기에 리샹 창업자의 언행이 L8에 대한 궁금증을 가중시켰다. 올해 8월, 리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샹(李想)은 갑자기 SNS를 통해 “L8 모델을 기다리는 지금, 굳이 ONE 시리즈를 구매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리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샹(李想) [36Kr]

리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샹(李想) [36Kr]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L8은 리샹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상태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샹 ONE 모델은 가장 인기 있는 차종 중 하나로, 각 리샹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도 ONE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던 차였다.

다들 궁금해하던 상황 속, 보름 만에 리샹은 새로운 전략을 발표한다. 리샹 ONE은 앞으로 단종될 예정이며 신차 L8 모델이 11월 정식 출시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어 L8 모델은 출시와 같은 11월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부 리샹 ONE 소유자는 자는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벤트’는 오히려 L8에 대한 시장의 이목을 끌 만했다.

경쟁사의 실패한 마케팅도 리샹 L8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리샹과 함께 ‘중국 전기차 삼대장’ 중 하나인 샤오펑(小鹏)은 1년간 신차 제조에 공들인 결과, G9 모델을 선보였다. G9 모델은 지난 9월 21일 정식 출시되었으나, 혼란스러운 가격 구조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중국 네티즌의 혹평을 얻었다.

그리고 이튿날, 리샹은 “L8 모델 출시 발표회를 일주일 주 거행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L8 모델의 가격이 발표되자마자 예약 구매를 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렸다. 이는 샤오펑이 오랜 시간 공들인 G9 모델과의 게임이 끝난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리샹의 L8 모델도 전작인 ONE 시리즈와 같은 ‘대박’을 재현할 수 있을까?

리샹의 L8: ‘리샹 ON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자, ‘보급형 L9’

“도대체 리샹의 L8이 어떤 차야?”

이러한 질문에 리샹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L8 모델은 리샹 ON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자 보급형 L9”이라고 말이다.

리샹 공식 홍보 문구를 살펴보면, L8은 ‘리샹 ONE의 차세대 모델’이며 리샹 ONE의 세대교체 버전에 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실제 외관 디자인이나 각종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보면 L8은 리샹 ONE과 많이 다르다. 오히려 리샹의 두 번째 양산 모델인 L9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L9 [사진 CnEVPost]

L9 [사진 CnEVPost]

L8과 L9은 외관상 매우 유사하다. 외관 디자인 중 특히 전면부가 비슷하다. 폐쇄형 모델, 프론트 그릴, 프론트 범퍼, 주간주행등(DRL) 등은 두 모델이 거의 동일하다.

내부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L8과 L9 모델의 내부 배치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중앙 제어 화면의 위치, 스티어링 휠(핸들) 모양, 무선 충전 위치 등 역시 똑같다.

L8이 L9보다 외관상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후미’에 있다. L9의 번호판은 후면 테일 게이트 중앙에 있었으나, L8은 번호판 프레임을 리어범퍼(뒷범퍼)로 이동시켜 테일 게이트의 일체감을 높였다.

크기 면에서 L8은 리샹 ONE보다 크고 L9보다 작다. 차체는 5m, 휠베이스는 3m로 중대형 SUV에 속한다. 다만, 세 대의 모델 모두 6인승 버전으로만 제공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결론적으로 L8과 L9 모델은 마치 ‘형제’와 같은 셈이다.

이유도 간단하다. L 시리즈와 달리, 리샹 ONE은 무려 3년 전 제품이다. 리샹 ONE에 사용되는 플랫폼은 L8, L9 모델에 쓰이는 것과 다르다. 기술력을 도입한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는 상황 속, 리샹 ONE의 생산라인 역시 오래된 유물처럼 여겨지며 점차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8과 L9 모델은 같은 ‘L 패밀리’에 속한다. ‘같은 틀에서 주조된 조각’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리샹 ONE [사진 Caixin Global]

리샹 ONE [사진 Caixin Global]

L8 출시 발표회 당일, 리 CEO는 “리샹 ONE이 우리 사(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다”며 “비유하자면, 리샹자동차의 ‘반고(盤古)'*라 할 수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리샹 ONE이 만들어낸 명예는 L8이 이어갈 예정”이라며 세대교체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반고: 중국의 신화에서, 천지개벽의 시조로 전해지는 인물.

즉, 리샹 ONE과 L9 모델 중간에 있는 L8은 리샹 ONE이 건네준 바통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L9의 새로운 플랫폼과 신기술도 계승한 것이다. L9보다 L8 가격이 6만 위안(1206만 원)에서 10만 위안(2010만 원)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리샹 차량을 구매할 고객은 취향에 따라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크기가 더 작고 화질에 덜 신경 쓰는(L9은 OLED, L8은 LCD) 소비자의 경우, L8 모델을 선택하는 식이다. 크고, 화면의 화질이 좋고, 트레이, 다리 받침대, 자체 차량용 디퓨저 시스템 등이 장착된 버전을 원한다면 L9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아이폰처럼 ‘프로’와 ‘맥스’ 버전도 선보여…中 소비자”어떤 걸 골라야 하나 고민”

이전까지만 해도 리샹 ONE과 L9 등 리샹의 제품 전략은 하나의 모델만 만드는 것이었다. 도색, 전동 페달 등 옵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본 사양이 적용됐다.

L8이 이러한 관습을 깼다. 프로(Pro) 버전과 맥스(Max) 버전, 두 가지를 선보였다. 프로는 기본 버전이며, 맥스는 한 단계 높은 고급 버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리샹 차를 구매할 때 하나의 주문 버튼만 누르면 되었던 고객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프로와 맥스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바로 스마트 콕핏과 스마트 주행 솔루션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L8 프로는 스마트 주행 AD Pro와 스마트 콕픽 SS Pro를 사용, L8 맥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Max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스마트 콕핏의 경우, L8 맥스에는 듀얼 8155 콕핏 칩이 적용, L8 프로에는 단일 칩이 적용되었다. 일반적인 소비자의 관점에서 높은 사양의 콕핏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기본 버전인 L8 프로 모델로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스마트 주행 솔루션의 경우, 자율 주행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는 L8 맥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델에는 라이다 등 L9과 동일한 보조 운전 하드웨어를 탑재했으며, 연산 처리 능력 508TOPS(초당 수조 작업)에 이르는 엔비디아의 오린(Orin) 칩 2개를 탑재했다.

기본 모델인 L8 프로에는 라이다가 없다. 또 연산 처리 능력 128TOPS인 호라이즌(중국 AI 스타트업)의 J5 칩을 탑재했다. 2021년형 fltid ONE 역시 동일한 칩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라이즌의 J5 칩은 중국 인공지능(AI) 칩 중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를 제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L8 프로의 전면 카메라는 단일 렌즈를, L8 맥스의 경우에는 더블 렌즈를 사용한다.

이러한 하드웨어 차이는 보조 운전 기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L8 맥스는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완전 보조 운전 모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L8 프로에는 고속 NOA(Navigation On Autopilot)*만 적용되었다.

*고속 NOA: 내비게이션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스스로 속도 조절은 물론, 차선 변경까지 가능하게 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차선 유지, 자동긴급제동, 스마트 주차 등 많이 사용되는 보조 운전 기능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고속 NOA만으로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globenewswire]

[사진globenewswire]

자동차계의 ‘아이폰’ 노리는 ‘L 시리즈’
애플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리샹 ‘L 시리즈’의 인기도 지속될 수 있을까? 리 CEO는 오랜 기간 애플을 연구해왔다. 그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애플을 공부하고 애플과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지만 ‘실제 애플이 하는 일’에 대해 연구하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리 CEO는 애플의 전략(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꼼꼼하게 조사했으며 애플의 핵심 아이디어를 리샹 자동차에 적용하고 싶다고 생각, 이를 실행한다. 리 CEO는 “아이폰은 기술 플랫폼의 힘을 빌려 아이폰 12, 아이폰 12 프로, 아이폰 12 미니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리샹 ‘L 패밀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면 리 CEO의 말대로 애플의 전략을 그대로 이용했다. 심지어 차량 모델명 뒤에 붙는 ‘프로’와 ‘맥스’란 접미사도 아이폰 시리즈를 따라 한 것이다.

아이폰의 성공을 바라는 리샹의 속내가 명확히 보이는 전략이지만, 히트작을 지속해서 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즉, 리샹 ONE에서 검증했던 ‘대박 로직’을 ‘L 패밀리’에 ‘복제’할 수 있는지에 리샹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는 의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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