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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당사 압색에 국감 중단, 檢과 8시간 대치…“저열한 정치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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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검찰의 당사 진입을 8시간 가까이 봉쇄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5시쯤 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과 상의한 결과 사상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지금 이 시간부로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예고 없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오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 5분쯤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민주당사 8층과 10층에 위치한 민주연구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자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은 당사에 집결해 검찰의 건물 1층 출입문 진입을 막아섰다. 검찰은 식당가가 위치한 지하 1층 통로를 통한 진입도 시도했으나, 이 역시 민주당 관계자들이 문을 걸어 잠그며 무위로 돌아갔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쯤 대치가 진행 중이던 당사 앞 브리핑에서 “검찰이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나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검찰과 1시간 반 넘게 대치를 이어가던 민주당은 지도부 협의를 거쳐 검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내놓았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은 무도한 야당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며 “정치 검찰은 이 민주당사에 단 한 발짝도 들어설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김 부원장은 지난 11일 임명돼 (사무실에) 개인 비품을 갖다놓은 게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윤석열 정권이 정치쇼 통해 탈출구 삼으려는 저열한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날 저녁 야간 압수수색 영장까지 제시하자 소속 의원들을 6개 조로 나누어 24시간 피케팅에 돌입한 데 이어, 이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범계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은 이날 저녁 9시쯤 검찰 측에 “임의 제출 방식으로 얼마든 영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일단 철수하면 내일 원하는 시점에 안내해서 김 부위원장 관련 원하는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승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는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에 대해 법에 없는 방식을 말하는 건 저희가 이해한 것과 다르다”고 답했다.

8시간 가까이 대치가 계속되던 가운데 검찰은 이날 10시 47분쯤 압수수색 인력을 전원 철수시켰다. 호 부부장은 당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압수수색 무산에 대한 유감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에서 절충적인 집행 방식을 제시하는 등 협력 위한 노력을 해주셨으나 형사법 집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으로 타협 대상이 될 수 없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 부부장은 이어 “검찰은 법률에 따른 원칙적 법 집행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다만 금일은 너무 늦은 시간에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철수하고 추후 원칙적인 영장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檢의 진술조작” 반발…일각선 “당 전체 리스크”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18년 경기도청 대변인 시절 모습. 검찰은 이날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 경기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18년 경기도청 대변인 시절 모습. 검찰은 이날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 경기도]

김 부원장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만 해도 민주당은 극도로 신중한 기류였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김 부원장 체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도 김 부원장이 오전 11시 20분쯤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고서야 한참 뒤에 나왔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 부원장 체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유씨의 석방과 김 부원장의 체포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겠다.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핵심 측근들은 내부적으로 “김 부원장 체포는 검찰의 진술 조작이자 정치 탄압”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구속 수감된 유 전 본부장이 구속 기간 만기를 앞두고 급작스레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기간 만료 시점에 검찰이 별건 수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거래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전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유 전 본부장의 새 진술이 나온 것은) 검찰이 회유하며 위증 교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친(親)이재명계를 제외한 민주당 다른 의원들은 종일 술렁였다. 김 부원장이 수수한 자금 일부가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검찰이 보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이어지면서다. 비(非)이재명계인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겠지만, 혹여나 해당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아닌 당 전체의 리스크로 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검찰 수사를 계기로 내부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김 부원장이 곧 기소되면 당장 비이재명계에서 ‘그의 당직을 정지하라’는 얘기 나올 것”이라며 “만약 당 지도부가 김 부원장을 감싸려 들면 당에 큰 분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李 압박 나선 국민의힘…“야당 탄압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

반면, 여당은 김 부원장의 체포를 고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부원장 체포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천문학적 이익금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의 실마리가 보인다”며 “대장동 저수지의 검은돈을 대선 자금으로 이용했는지 답하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바타가 잡혔다. 이제 ‘무슨 뜻을 함께했는지’ 밝히면 된다”고 지적했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10일 동안 같이 해외여행 가서 골프도 같이 친 고(故) 김문기씨도 모른다고 했던 분이 이재명 대표다. 이번에는 또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실 생각인가”라고 적었다.

권성동 의원은 ‘초유의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반발에 대해 “전과 4범이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된 것이 사상 초유이고, 그런 당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 정당 자체가 방탄조끼 노릇을 한 것도 사상 초유”라며 “야당 탄압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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