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롤렉스에 정품 다이얼…'프랭큰 워치' 100만원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온라인 중고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하다. 명품 시장 자체가 성장한 영향도 있고, 리셀(재판매) 트렌드가 뜨면서 리셀을 통한 재테크에 뛰어드는 이들도 늘었다. 중고 플랫폼에서 롤렉스·파텍필립 등의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를 거래하기도 한다.

‘시계 감정 전문가’ 김한뫼 대표 인터뷰 #개인 간 거래되는 제품 중 30%는 가품 #번개장터 고문으로 영입돼 진품 감정

지난 7월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김한뫼 엠오아이워치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한 이유다. 김 고문은 명품 시계 감정 및 시계 커스텀 분야에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앞으로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플랫폼 ‘브그즈트 컬렉션’의 위탁 시계 제품을 감정하고, 직원 교육 및 정품 감정 매뉴얼 구축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김한뫼 엠오아이(MOI) 워치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한뫼 엠오아이(MOI) 워치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엠오아이워치는 어떤 회사인가.

커스텀(맞춤형) 시계를 제작하는 업체다. 시계 수집가 중엔 자신만의 시계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롤렉스·예거 르쿨트르·파텍필립 등의 시계에 특별한 각인을 넣거나 보석을 추가하는 식이다. 옻칠 같은 전통공예 기술로 다이얼(문자판)을 변경하기도 한다. 뉴욕·홍콩에서 열리는 경매를 통해 시계를 판매하고 싶어 하는 개인 의뢰를 받고 감정·가격 산정 등의 업무도 한다.

번개장터와는 어떻게 협력하나.

장기적으로는 시계 정품 감정 시스템을 구축해서 전문성 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우선은 번개장터에서 매입하거나 위탁 판매 요청이 들어온 시계를 검수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 빈티지 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7년 뉴욕 경매서부터였다. 배우 폴 뉴먼이 착용한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가 1775만 달러(약 244억원)에 낙찰됐다. 시계가 예술품처럼 거래가 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빈티지 시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폴 뉴먼이 착용한 롤렉스 데이토나. [사진 필립스 홈페이지]

폴 뉴먼이 착용한 롤렉스 데이토나. [사진 필립스 홈페이지]

빈티지 시계 감정은 어떤 식으로 하나.

우선 육안으로 시계 무브먼트(동력장치)·다이얼(문자판)·시침·케이스 등이 해당 모델과 연식에 맞는지 감정한다. 고객의 허락을 받고 분해해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부 부품만 가품을 쓰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파텍필립은 분해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자신들의 아카이브와 비교해본 뒤 ‘확인서’를 내준다. 제품 보증서가 없을 때 이 위력이 대단하다. 특히 재판매할 때 이런 증빙서류에 따라 시계 가격이 달라진다.

가장 가품이 많은 시계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이기 때문에 가품도 많고, 정교하기도 하다. 가품 제조업체에서 계속 ‘버전 업’을 해서 내놓는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가품은이 시중에서 70만~80만원에 팔리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가품을 국내에 들여와서 튜닝한 시계다. 가짜 외관에 다이얼이나 핸즈 혹은 무브먼트를 정품으로 바꿔단다. 이러면 100만원 이상 나가는 ‘프랭큰 워치’ 취급을 받는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재조립했다는 의미다. 시계 줄과 케이스를 18K 금으로 본을 떠서 진짜 롤렉스처럼 만들고, 진품 롤렉스 무브먼트를 삽입해 제조하는 사례도 있다.

롤렉스 가품. 박스와 보증서 모두 위조품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김한뫼]

롤렉스 가품. 박스와 보증서 모두 위조품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김한뫼]

감정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제품은.

과거엔 겉으로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서 속을 뜯어본 적이 많다. 최근에는 중고 플랫폼에서도 주로 새 상품을 ‘리셀’하기 때문에 뜯지 않은 상태의 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관 소재의 함량이나 밀도 등을 가지고 데이터 값을 내서 감정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정확도는 90% 정도다.

빈티지 시계를 살 때 주의할 점은.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 보증서와 포장 박스까지 있으니 ‘설마 가품일까?’ 하는데, 이 역시 똑같이 만든다. 이럴 때 전문가와 상담하면 도움이 된다. 실제 감정을 받아보면 가품인 경우도 상당하다.

김 고문은 "보증서와 박스가 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왼쪽 파텍필립 위조 박스와, 오른쪽 오데마피게 위조 박스. [사진 김한뫼]

김 고문은 "보증서와 박스가 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왼쪽 파텍필립 위조 박스와, 오른쪽 오데마피게 위조 박스. [사진 김한뫼]

감정했던 최고가 시계는. 

파텍필립 1518 제품으로 가격이 100억원대였다.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일·월·요일·연도 등 날짜 표기) 크로노그래프(시간 기록 장치) 손목시계다. 생산이 200개 남짓밖에 되지 않아 시계 수집가 사이에서 ‘종착지’로 여겨지는 시계다. 국내 자산가가 10여 년간 소유했다가 경매에 출품하기 위해 맡겼다. 이런 경우는 자신들의 역사이기 때문에 파텍필립 본사에서 협조가 원만하다. 가장 많은 본 시계는 역시 롤렉스다. 압구정이나 종로 일대 시계 위탁 업체의 의뢰로 하루 수백 개를 보기도 한다. . 검찰청 압수품이 들어올 때도 국고 환원을 위해 감정을 한다. 이럴 때도 롤렉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품도 가끔 나온다. 비율로는 1000개 중 1개 꼴이다.

파텍필립 1518 모델. 1941~1954년 사이 281개만 생산됐다. [사진 김한뫼]

파텍필립 1518 모델. 1941~1954년 사이 281개만 생산됐다. [사진 김한뫼]

최근 주목하는 시계는.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계다. 파텍필립 골든 일립스·곤돌로 제품을 즐겨 착용했는데, 벌써 해당 모델이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이런 물건이 경매에 나오면 아마도 새로운 기록이 나올 것이다. 시계 컨설팅을 할 때 주로 이런 정보를 준다. 같은 모델을 사서 금고에 몇 년만 넣어둬도 웬만한 부동산보다 수익률이 좋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착용한 파텍피립 골든 일립스. [사진 김한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착용한 파텍피립 골든 일립스. [사진 김한뫼]

최근 빈티지 시계 시장 흐름은. 

2017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시계 마니아 정도가 좋아하는 시계를 수집하고 사고팔고 정도였다면, 이후에는 시계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세가 오르면 되팔기 위해서 시계를 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시계에 ‘시세’가 생겼다. 판매 기록에 따라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근거로 시계가 ‘자산화’한 것이다. 환금성에 대한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제 시계가 손목이 아니라 금고로 가고 있다. 평소엔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투자 가치가 있는 시계를 소유하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김한뫼 고문은 "가품 시계 제조 기술이 갈 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보증서나 제품 박스를 위조하는 경우도 많아 고가 빈티지 시계 구매시 전문가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록 기자

김한뫼 고문은 "가품 시계 제조 기술이 갈 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보증서나 제품 박스를 위조하는 경우도 많아 고가 빈티지 시계 구매시 전문가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록 기자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