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도 다녀갔다…샤넬·생로랑이 공들인 'MZ 서울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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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린 ‘프리즈 서울’이 연일 화제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막한 글로벌 아트 페어로 수십억원어치의 작품이 거래되는 미술계 큰 장의 의미도 있지만, 세계적 화랑에서 내놓은 거장의 작품들을 지척에서 볼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았다. 프리즈 서울 첫 개최를 맞아 패션 업계서도 연계 전시부터 작가와의 대화, 셀럽을 동원한 파티까지 각종 콘텐트를 쏟아내며 화답했다.

프리즈 서울 생로랑 부스에 설치된 현대미술가 이배의 작품. 유지연 기자

프리즈 서울 생로랑 부스에 설치된 현대미술가 이배의 작품. 유지연 기자

이배와 협업 전시 선보인 생로랑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은 프리즈 서울 공식 파트너로 삼성동 코엑스에 부스를 열었다. 단순 홍보 부스가 아니라 한국 현대 미술가 이배 작가와 협업해 신작 5점을 출품해 주목 받았다. 이배는 ‘숯의 작가’라고 불리며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작업하는 국내 대표 현대 미술가다. ‘붓질’ ‘불로부터’ 시리즈로 대표되는 숯을 활용한 단색화와 조각 작품으로 이름나 있다. 이번 협업 전시를 위해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직접 점찍었다고 한다.

프리즈 서울 개막에 앞선 지난달 31일부터는 생로랑 서울 플래그십(대표) 매장에서도 이배 작가의 작품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붓질 시리즈 새 작품 3점과 숯 조각 설치 작품 1점이다. 매장 전시는 이달 31일까지다.

생로랑의 프리즈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공식 후원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생로랑 부스에서 선보인 이배 작가의 신작. [사진 조현 갤러리]

생로랑의 프리즈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공식 후원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생로랑 부스에서 선보인 이배 작가의 신작. [사진 조현 갤러리]

분더샵에 걸린 6000억 작품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서울 곳곳에서도 패션과 아트의 만남은 계속됐다. 특히 무게감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패션 매장이 하나의 갤러리처럼 변신해 눈길을 끈다.

이번 프리즈 서울 기간 가장 주목받았던 연계 전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패션 편집숍 분더샵의 크리스티 전시였다.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의 국내 최초 비경매 전시로 20세기 예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16점이 공개됐다.

분더샵 청담에 전시된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눈꺼풀 없는 눈.' [사진 분더샵]

분더샵 청담에 전시된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눈꺼풀 없는 눈.' [사진 분더샵]

3~5일 서울 청담동 분더샵에서 진행된 전시에서는 작품 가치만 총 4억4000만 달러(약 6000억원) 이상인 두 거장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초상화를 위한 습작II’이나 아드리안 게니의 ‘눈꺼풀 없는 눈’ 등이 소개됐다.

서울 곳곳, 패션과 아트의 만남

글로벌 온라인 패션 편집숍 네타포르테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서울 청담동에서 협업 전시를 열었다. 6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네타포르테의 2022년 가을·겨울 상품들과 에츠 에가미·스튜디오 렌카·장콸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조화롭게 엮었다.

네타포르테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협업해 제품과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을 공개했다. [사진 네타포르테]

네타포르테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협업해 제품과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을 공개했다. [사진 네타포르테]

삼성물산 패션 편집숍 비이커도 오는 21일까지 서울 한남동 비이커 대표 매장에서 미국 LA 기반의 커먼웰스 앤드 카운슬 갤러리와 협업한 전시를 진행한다. 도시의 발전과 상실의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토대로, 니키다 게일·라파 에스파자·과달루페 로잘레스·다니엘 딘의 작품을 공개했다.

비이커는 LA의 갤러리와 협업해 매장 공간에 작품을 전시했다. [사진 삼성물산]

비이커는 LA의 갤러리와 협업해 매장 공간에 작품을 전시했다. [사진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MCM은 서울 청담동 매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 작가 최정화 작가의 특별 전시를 열었다. 프리즈 서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패션과 예술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무한으로의 여행(Journey to Infinity)’을 주제로 고가구와 현대적 물건을 결합시킨 ‘무이무이’ 시리즈, 오래된 쟁기와 네온사인 문자를 결합한 ‘ㄱ(기억)의 순간’ 등의 작품을 공개했다.

MCM 청담 매장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사진 MCM]

MCM 청담 매장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사진 MCM]

샤넬 등 럭셔리 패션, ‘프리즈 효과’ 노린다

샤넬 코리아와 프리즈가 아트토크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아티스트 김경태(왼쪽)와 정희승(중앙) 토크 패널과 진행자인 큐레이터 장혜정(오른쪽)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샤넬]

샤넬 코리아와 프리즈가 아트토크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아티스트 김경태(왼쪽)와 정희승(중앙) 토크 패널과 진행자인 큐레이터 장혜정(오른쪽)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 샤넬]

연계 전시 외에도 파티나 작가와의 대화 등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했던 브랜드도 있다. 샤넬은 지난 1일 청담 플래그십 매장에서 프리즈와 함께 아트 토크 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어진 축하 칵테일 쇼에는 지드래곤·수주·정려원·고소영 등의 셀럽들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2일에는 돌체앤가바나가 VSF갤러리, W코리아매거진 등과 함께 프리즈 서울 기념 행사를 진행, 강다니엘·서현·이청하 등의 셀럽들이 참석했다.

엄밀히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에 패션 브랜드가 후원하고, 홍보 부스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런던 리젠트 파크의 천막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프리즈는 이제 명실상부 글로벌 최대 아트 페어로 부상했다. 다만 단순한 미술품 장터라기보다 축제에 가깝다. 미술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들과 문화를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올해 국내 처음 개최된 프리즈 서울은 이미 그 자체로 화제다. 미술계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놀이터로 평가 받으며 중요한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샤넬 코리아와 프리즈가 공동 개최한 아트토크 행사 및 축하 칵테일 리셉션에 참석한 샤넬 앰배서더 지드래곤. [사진 샤넬]

샤넬 코리아와 프리즈가 공동 개최한 아트토크 행사 및 축하 칵테일 리셉션에 참석한 샤넬 앰배서더 지드래곤. [사진 샤넬]

패션 전문 매체 BoF(비즈니스 오브 패션)는 “프리즈에 방문하는 예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창의적이며, 세련되고 부유한 고객들은 패션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의미”라며 이를 ‘프리즈 효과’로 해석했다. 실제로 런던과 LA에서 열리는 프리즈 행사는 이미 패션 브랜드의 주 무대다. 런던 대표 패션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은 프리즈 기간 전시 프로그램을 열고 프리즈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COS를 비롯해 에트로·구찌·알렉산더 멕퀸도 프리즈 런던을 후원했다. 올해 2월 열린 프리즈 LA에서는 프라다가 함께했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단순히 패션 스타일만 가지고는 예전과 같은 명성을 만들기 어려운 데다, 점점 커지는 가격의 격차를 설명해야 하는 럭셔리 업계가 차별화 전략으로 예술을 가깝게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며 “럭셔리 패션과 아트의 만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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