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명품에만 구애한다? NO! 요즘은 길거리 패션에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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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혹은 대기업 패션 브랜드의 주요 무대였던 백화점이 변하고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온라인 브랜드 등 백화점에 대거 입성하면서, 명품·수입·내셔널·영패션 등으로 나뉘던 백화점 패션 브랜드 구도가 깨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신진 K-패션 브랜드 '팝업(임시 매장)'의 성지로 불린다. 사진 현대백화점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신진 K-패션 브랜드 '팝업(임시 매장)'의 성지로 불린다. 사진 현대백화점

백화점, ‘K-패션’ 등용문 되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에서 개점 이후 1년6개월간 총 150여 개의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고 7일 밝혔다. 명품 혹은 수입 브랜드 위주로 구성됐던 기존 백화점 패션의 관행을 깨고, 신규 토종 패션 브랜드를 활발하게 유치한 결과다. 백화점이 ‘K-패션 인큐베이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2월 개점 당시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에서 출발해 10·20세대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패션 브랜드 13개를 업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개점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총 140여 개의 국내 신진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이어 선보였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젊은 브랜드가 연이어 들어서면서 더현대 서울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크게 젊어졌다. 더현대 서울 개점 후 20·30대의 내방 비율은 54.2%로 집계됐다. 이는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 25.3%보다 두 배가 넘는다. 구매 고객 수에서도 더현대 서울의 경우 30대 이하 고객 비중이 65%를 차지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춘 색다른 매장 구성을 위해 현대백화점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입점 기준을 새롭게 바꿨다. 기존에는 입점 희망 브랜드의 제품 경쟁력과 매출·영업망 등 안정적 운영 성과를 주요 기준으로 봤다면, 지난해부터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제품력과 차별성만을 검증했다.

‘K-디자이너 패션’으로 2535세대 잡는다

최근 패션 업계에선 뜨는 카테고리로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브랜드’가 꼽힌다. ‘동시대’ ‘현대’를 뜻하는 단어로, 흔히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 수입 브랜드나 수십 년 이상의 브랜드 유산을 지닌 클래식 브랜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통상적으로는 명품보다는 저렴하지만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나고, 도시적 이미지를 가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일컫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26일 5층 영패션 전문관을 개선하면서 이런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총 3306㎡(약 1000평) 규모로 온·오프라인에서 입증된 14개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K-브랜드들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28일 5층 여성 패션관을 리뉴얼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28일 5층 여성 패션관을 리뉴얼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정지연 디자이너의 ‘렉토’를 비롯해 ‘르비에르’ ‘킨더살몬’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샵아모멘토’ ‘W컨셉’ 등 편집숍 브랜드들이 포진해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일명 ‘뉴-컨템포러리’ 장르”라며 “주로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2535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이제 ‘길거리’ ‘온라인’이 점령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40·50세대 위주의, 지갑이 무거운 점잖은 쇼핑객을 위한 채널로 통했다. 명품부터 일명 살롱 브랜드로 불리는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혹은 자녀를 위한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가 주를 이뤘다. 자연스레 2030의 패션 쇼핑은 온라인으로 몰렸다.

온라인 패션 패션집숍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소개했던 W컨셉은 최근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다. 사진 W컨셉

온라인 패션 패션집숍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소개했던 W컨셉은 최근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다. 사진 W컨셉

점차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요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백화점도 젊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2030 젊은 세대를 백화점으로 끌어오는 데 ‘패션 콘텐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길거리 패션부터 온라인 브랜드,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 등이 백화점에 ‘팝업’으로 들어와 상설 매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반면 일명 ‘내셔널 브랜드’로 불리는 국내 중견 패션 기업의 백화점 내에서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지난 7월 1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던 국내 패션 편집숍 '더일마' 전경. 사진 갤러리아백화점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지난 7월 1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던 국내 패션 편집숍 '더일마' 전경. 사진 갤러리아백화점

명품 패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압구정의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도 ‘젊은 패션 팝업’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패션 편집숍 ‘더일마’,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본봄’ ‘도큐먼트’ 등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신희정 W컨셉 어패럴 유닛장은 “최근 패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던 디자이너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고 싶어하는 젊은 고객들의 수요가 높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백화점에 적극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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