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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 옷 입고 회사 간다…정장 벗어던진 男 출근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성복 시장에 캐주얼 강세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격식을 덜어낸 비즈니스 캐주얼을 넘어 이른바 ‘워크 웨어’로 불리는 작업복 패션도 떠오르고 있다.

노동자들의 옷, 오피스 룩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로운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회사가 남성복 브랜드를 낸 것은 지난 1995년 ‘엠비오’를 출시한 이후 27년 만이다. ‘유틸리티 워크 웨어(utility work wear·기능성 작업복)’ 콘셉트를 지향하는 브랜드로 자기 주도적 소비 성향을 지닌 장년층 남성을 겨냥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로운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로운 남성복 브랜드 '시프트G'를 론칭했다. [사진 삼성물산]

가장 큰 특징은 일터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워크 셔켓(셔츠+재킷), 모듈러 패딩, 항공 점퍼, 사파리, 초어(chore) 재킷, 저지 트러커 등 주로 작업복에서 출발한 패션 아이템들이 주를 이룬다.

초어 재킷은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말 프랑스의 ‘블루칼라’들이 주로 입던 파란색 작업복을 원형으로 한다. 저지 소재의 트러커 역시 트럭 운전사들이 즐겨 입던 주머니가 있는 짧은 옷깃의 재킷에서 출발했다. 주머니를 달거나, 내피를 붙여 외투로 입었다가 떼어 하나만 셔츠처럼 입는 등 실용성도 뛰어나다.

남성 워크웨어 코디 예시. [사진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남성 워크웨어 코디 예시. [사진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전체적으로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스타일로 사진가·건축 디자이너·정보기술(IT) 개발자 등 전문직 직군의 근무복을 지향한다. 이무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 사업부장(상무)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30·40세대를 위한 새로운 남성복”이라고 말했다.

일하다 취미 활동, 경계 허문다

1995년 출시한 엠비오는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를 지향, 재킷이나 팬츠 세트업 등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남성복을 선보여왔다. 새롭게 출시된 ‘시프트G’가 작업복 콘셉트라는 점은 최근 남성복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역시 ‘캐주얼화’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정장과 일상복의 중간 정도로 타협했던 기존 남성복 시장이 아예 기능성이나 패션성을 강조한 일상복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딱딱한 정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일상과 일터에서 경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편안한 작업복 스타일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졌다. 물론 작업복의 의미도 넓어졌다. 실제 노동자들이 입는 점프슈트(위와 아래가 하나로 이어진 항공복의 일종)나 주머니가 달린 파란색 작업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해당 복종의 실용적 특징은 살리고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다듬은 형태가 일반적이다.

트러커 재킷, 사파리, 초어 재킷 등 작업복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적으로 다듬은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사진 삼성물산]

트러커 재킷, 사파리, 초어 재킷 등 작업복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적으로 다듬은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사진 삼성물산]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재택근무 확대에 캐주얼복 출근이 일상화하면서 옷을 입을 때 고려했던 전통적 TPO(시간·장소·상황)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편안하지만,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실용적 워크 웨어 및 출근·운동·여행 등에 활용 가능한 다기능 아이템의 인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머니 주렁주렁, ‘안전화’도 나왔다

작업복에서 영감을 얻은 편안한 출근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커스템멜로우’는 지난해 봄·여름 기즌부터 ‘프리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커는 ‘프리 워커(Free Worker)’의 줄임말로 자유롭게 일하는 노동자들, 즉 일과 휴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을 위한 옷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나 스마트폰, 이어폰 등을 쉽게 수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즈의 주머니를 적재적소에 달고 한 손으로도 잠글 수 있는 지퍼 등을 특징으로 한다. 코오롱FnC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커 컬렉션의 평균 판매율은 70~80%였다.

목수, 용접공 등 특수 직업군을 위한 작업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볼디스트.' [사진 코오롱FnC]

목수, 용접공 등 특수 직업군을 위한 작업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볼디스트.' [사진 코오롱FnC]

실용적 디자인에 감각을 더한 워크 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아예 실제 작업 현장에서나 볼 법한 의류들도 나왔다. 이 회사가 지난 2020년 출시한 ‘볼디스트’는 목수·정비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겨냥한 상품군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안전화 ‘볼트’를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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