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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골프로 재미보더니…수백억 쏟으며 눈돌린 이 종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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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휠라코리아는 최근 조직을 개편하면서 ‘테니스 프로젝트팀’을 새로 만들었다. 패션기업 에프앤에프(F&F)는 지난달 이탈리아 테니스복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휠라코리아가 조직 개편을 통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내부에 테니스 TF를 꾸리고 나섰다. [사진 휠라코리아]

휠라코리아가 조직 개편을 통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내부에 테니스 TF를 꾸리고 나섰다. [사진 휠라코리아]

그동안 골프 호황에 재미를 본 패션 업체들이 ‘다음 종목’으로 테니스를 낙점하고 나섰다. 테니스 관련 부서를  신신설하거나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등 움직임이 재빠르다.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2~3년째 이어지는 골프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터라 ‘손’도 커졌다.

휠라는 ‘테니스 TF’, F&F는 “M&A”

휠라코리아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이재현 본부장을 선임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재현 본부장은 이랜드그룹에서 전략기획실, 뉴발란스 총괄 등을 거쳤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던 안영은 마케팅실장과 패션기업 LF와 F&F 출신의 강윤성 의류기획실장도 영입했다.

휠라코리아 이재현 본부장. [사진 휠라코리아]

휠라코리아 이재현 본부장. [사진 휠라코리아]

조직도 개편하면서 ‘테니스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조만간 테니스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에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테니스가 인기를 끌면서, 휠라가 전통 테니스복 이미지가 강한 만큼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테니스 스커트’처럼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형 상품의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며 “내년까지 전체 의류 가운데 테니스웨어를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코웰패션은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롤랑가로스와 스포츠 캐주얼 의류 판매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내년 1분기 정식 출시 예정으로 TV홈쇼핑 및 온라인몰 위주로 전개할 예정이다. 코웰패션은 그동안 캘빈클라인 골프·아다바트·페어라이어·JDX 같은 골프 브랜드를 운영해 왔다. 코웰패션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테니스웨어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졌다. F&F는 세르지오 타키니를 827억원에 사들였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이탈리아 테니스 챔피언 세르지오 타키니가 1966년 출시했다. 골프처럼 테니스 역시 수요층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회사 측은 “자체 브랜드를 추가로 확보하고 해외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에프는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사진 세르지오 타키니 공식 인스타그램]

에프앤에프는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사진 세르지오 타키니 공식 인스타그램]

파리게이츠·핑 등의 라이선스 골프 브랜드를 운영하는 크리스에프앤씨도 지난 5월 이탈리아 스포츠 패션 기업 하이드로겐의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하이드로겐은 2003년 테니스 선수 출신 디자이너 알베르토 브레씨가 만든 브랜드다. 해골 무늬와 특유의 위장(카모플라주) 무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하이드로겐의 국내 독점 유통을 맡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가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와 최근 인수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전문기업 국동과 시너지를 내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웰패션은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롤랑가로스와 의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사진 코웰패션]

코웰패션은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롤랑가로스와 의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사진 코웰패션]

테니스, 골프 이을까? “인프라 구축이 먼저”

최근 2~3년 새 골프웨어로 큰 수익을 올린 패션 기업들이 테니스 사업에 속속 뛰어든 배경은 뭘까. 업계에서는 골프로 촉발된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패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MZ세대들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라기보다 ‘자기표현’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테니스는 골프처럼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수월하다. 테니스 스커트, 테니스 셔츠 등 기존 패션과 연계성이 좋은 종목이기도 하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이탈리아 하이드로겐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사진 크리스에프앤씨]

크리스에프앤씨는 이탈리아 하이드로겐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사진 크리스에프앤씨]

다만 업계에선 테니스가 골프만큼 ‘효자’ 노릇을 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골프는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돼 있고 지금도 시장이 성장세지만 테니스는 막상 즐기려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골프가 지고 테니스가 뜬다기보다는 골프 패션이 중심을 잡으면서 테니스로 확장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골프와 테니스의 복종이 아주 다르지 않고 일상복과 호환할 수 있는 운동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골프복과 테니스복을 혼합해 전개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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