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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774% 폭증했다…젊은 여성들, 왜 테니스복에 꽂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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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0일 막을 내린 윔블던. 세계 최고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테니스 대회이면서 모든 선수가 흰옷을 입어야 한다는 엄격한 드레스코드로도 유명하다. VIP석에 앉는 유명인들의 패션에도 관심이 쏠려 ‘코트 위의 패션위크’로도 불린다. 특히 패션에 관심이 쏠리는 스포츠, 테니스의 인기 요인을 꼽을 때 패션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휠라 글로벌 공식 테니스 후원 선수인 체코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2022 윔블던 여자 복식 우승자다. [사진 휠라]

휠라 글로벌 공식 테니스 후원 선수인 체코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2022 윔블던 여자 복식 우승자다. [사진 휠라]

최근 패션 업계에서 “골프 다음이 테니스”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약 2500억원, 테니스 인구는 약 50만 명에 달한다.

특히 2030세대가 테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련한 운동기구·의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테린이(테니스 어린이, 초보라는 뜻)’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27만 개에 육박한다.

팝업에 20만 명 방문, 한정판 라켓 완판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렸던 롯데백화점의 테니스 팝업 행사 ‘더 코트’에는 방문객 약 20만 명이 다녀갔다. 관계자에 따르면 열흘간 진행된 팝업 행사에 20만 명의 방문객은 이례적이다. 팝업 행사에서 테니스 라켓 브랜드 윌슨의 한정판 라켓을 판매했는데 빠르게 완판됐다. 나이키·아디다스·테니스보이클럽 등의 테니스 패션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테니스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1970~80년대 윔블던 5회 연속 우승 신화를 그린 전설의 테니스 선수 ‘비외른 보리’를 후원한 휠라가 대표적이다.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를 즐겨 입은 비외른 보리의 패션이 테니스 룩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후, 휠라는 ‘화이트 라인’이라는 이름의 테니스복 컬렉션을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최근 테니스 패션의 열기를 감지해 올 봄여름 ‘화이트 라인’ 물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가량 늘려 출시했으며, 출시 초기였던 4월 초 이미 80% 이상 판매율을 기록했다.

휠라의 2022 봄여름 화이트라인. [사진 휠라]

휠라의 2022 봄여름 화이트라인. [사진 휠라]

테니스 컬렉션 내고, 해외 브랜드 인수도

여성복에서도 테니스 라인을 내고 있다. 코오롱FnC 럭키마르쉐는 지난 3월 테니스 라인인 ‘럭키 르 매치’를 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5월 기점으로 상의는 목표 대비 95%, 하의는 91%의 판매율을 달성했다.

LF의 아떼 바네사브루노에서도 테니스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매년 봄여름이면 냈던 바캉스(휴가) 컬렉션이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테니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중 몇몇 상품은 재주문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럭키마르쉐의 테니스 라인, 럭키 르 매치. [사진 코오롱 FnC]

럭키마르쉐의 테니스 라인, 럭키 르 매치. [사진 코오롱 FnC]

여성 패션 편집숍 W컨셉에서는 코캔클·라라·디아도라 등의 테니스복 기반 브랜드에서 출시된 주름 스커트와 점프 수트, 스포츠 양말이 인기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캐주얼 테니스복 브랜드 클로브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4% 성장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테니스웨어 기반의 캐주얼 브랜드 클로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무신사]

테니스웨어 기반의 캐주얼 브랜드 클로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무신사]

패션 기업 F&F는 이탈리아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사들였다.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세르지오 타니키의 주식을 약 827억원에 100% 인수한다고 밝혔다. 최근 골프에 이어 테니스에 관심을 갖는 MZ세대 수요를 읽은 것으로 파악된다.

SSG닷컴서 용품 매출 232% 성장

관련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13일 SSG닷컴에 따르면 테니스·스쿼시 등 스포츠용품 및 의류의 올해 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2% 증가했다. 원피스나 스커트 등 의류는 물론, 헤어밴드와 손목 보호대 같은 소품까지 다양하게 인기를 끌었다.

테니스 라켓, 손목 보호대 등 관련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테니스 라켓, 손목 보호대 등 관련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라켓 브랜드 윌슨을 담당하는 김인호 아머스포츠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는 “테니스 라켓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져서 현재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좋아지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이 확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력이 큰 M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전체 테니스 인구는 20% 정도 늘었지만, 관련 시장은 40% 정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옷 예쁘고 운동 효과 커, 젊은 여성들 선호

6~7년 전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이주영(39·서울 용산구)씨는 최근 주변에서 테니스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한다. 경영대학원 테니스 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동아리 멤버의 80%가 신규 회원일 정도다. 이씨는 “정현 등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가 활약하면서 관심이 커진 것도 있고, 젊은 여성들의 경우 테니스복이 예쁘고 사진 찍기가 좋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테니스 캡슐 컬렉션. [사진 LF]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테니스 캡슐 컬렉션. [사진 LF]

코로나19도 한몫했다. 야외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수 인원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비슷하게 골프가 떴지만, 골프보다 제반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테니스 레슨을 ‘원데이 클래스’로 받아봤다는 직장인 최현진(34·서울 동대문구)씨도 “2인 레슨에 6만~7만원이라 크게 부담 없으면서도 장비도 모두 빌려줘 신발만 준비해가면 돼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SNS에 테니스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골프는 정적인 데 반해 테니스는 활동량이 많아 운동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내 테니스장 등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테니스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에서 실내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조민정 테니스포레 대표는 “과거에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도 테니스장이 없어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실내 테니스장이 400~500개 이상 생기면서 시장이 확 커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볼 기계를 둔 스크린 테니스장도 생기는 추세다. 조 대표는 “정규 레슨 프로그램, 원데이 프로그램 모두 평일·주말 상관없이 거의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고, 젊은 커플이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배우러 오는 등 젊은 층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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