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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머·트·발' 휘청하자…2억 롤렉스 파는 중고명품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장기화와 온라인 쇼핑 특수를 타고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업계가 최근 ‘중고’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매(resale), 일명 ‘리셀’로 리는 명품 중고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관련 서비스도 늘고 있다.

중고 명품, 220% 매출 상승

SSG닷컴은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제휴해 ‘중고 명품’을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오는 29일부터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BGZT(브그즈트) 컬렉션’이 판매하는 중고 명품을 SSG닷컴에 입점시켜 명품 상품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번개장터가 직접 매입한 중고 명품을 판매할 예정인데, 2억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부터 5000만원대 에르메스 버킨백 등의 고가 브랜드 상품 위주로 선보인다. 미사용 중고 제품을 포함해 200여 종을 명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상품 정품 인증은 번개장터에서 맡는다.

SSG닷컴이 번개장터와 손잡고 리셀 명품관을 선보인다. [사진 SSG닷컴]

SSG닷컴이 번개장터와 손잡고 리셀 명품관을 선보인다. [사진 SSG닷컴]

앞서 SSG닷컴은 지난달 명품 전문관을 열고 주요 중고 명품 파트너의 상품을 한데 모은 ‘중고 명품’ 코너를 신설했다. MZ세대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는 ‘리셀’ 트렌드에 따라 SSG닷컴 중고 명품 매출은 올해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0%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머트발 급성장했지만 가품 논란도

현재 온라인 명품 유통 업계는 명품 플랫폼과 중고 명품 플랫폼으로 양분된다. 머스트잇·발란·트렌비 3사가 주도하는 명품 플랫폼에 네이버 크림·스톡엑스·번개장터 등 중고(리셀) 명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국내 정식 론칭을 알리면서 중고 명품 시장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신제품을 파는지, 중고 제품 거래를 중개하는지 업태의 차이는 있지만 ‘명품을 온라인에서 산다’는 전제는 같기에 이 두 업계는 사실상 같은 고객군을 공유한다. 일명 ‘머·트·발’로 불리는 명품 플랫폼 3사는 비대면 쇼핑 기조가 이어졌던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히 세를 불려왔다. 최근에는 중고 명품 플랫폼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정식 론칭한 세계 최대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지난 7월 국내 정식 론칭한 세계 최대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명품 구매를 위해 백화점 앞에 줄을 서는 등 오프라인 쇼핑의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전략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던 명품 플랫폼들은 최근 성장통을 겪고 있다. 올해 초 명품 플랫폼 후발 주자였던 무신사 부티크의 티셔츠가 가품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고, 이후 발란에서도 가품 운동화가 드러나 환불 조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주요 명품 플랫폼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이 총 1151건으로 해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 반품비를 과다하게 매기거나 청약 철회를 거부하는 등의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주요 명품 플랫폼의 이용자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머·트·발’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최고점 대비 적게는 10%, 많게는 40%까지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철저한 검수, 에르메스·롤렉스 등 취급

주요 3사가 휘청하는 사이 중고 제품을 취급하는 리셀 플랫폼들은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계열사인 크림의 성장 폭이 특히 두드러진다. 2020년 스니커즈 플랫폼으로 시작, 지난해 말부터 가방·지갑 등 잡화로 범위를 늘려 취급 품목만 놓고 보면 사실상 명품 플랫폼과 비슷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림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200억원으로, 발란(3812억원)을 크게 웃돈다.

최근에는 명품 플랫폼도 서비스 확대를 위해 ‘리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앞서 2020년에 중고 명품 위탁 서비스 ‘트렌비 리세일’을 오픈했던 트렌비는 최근 개인 간 명품 거래가 가능한 ‘프리미엄 정품 리셀’ 서비스를 오픈했다.

트렌비는 지난 4월 개인 간 명품 리셀 거래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정품 리셀'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진 트렌비]

트렌비는 지난 4월 개인 간 명품 리셀 거래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정품 리셀'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진 트렌비]

리셀 플랫폼은 단순 쇼핑몰이 아닌, 명품을 사고파는 이들이 모두 모인다는 점에서 ‘진정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맥스 비트너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신제품을 좋아하는 명품 소비자들도 리셀 플랫폼의 고객”이라며 “그들은 판매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구매자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모으는 플랫폼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 리셀 플랫폼들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업태가 대부분으로 처음부터 ‘검수’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 온라인 명품 거래의 핵심인 ‘신뢰도’에 대한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주로 병행수입 업체들을 끼고 오픈마켓 형태로 영업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명품을 취급하는 명품 플랫폼들과 달리, 샤넬·에르메스·롤렉스 등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취급하는 리셀 플랫폼의 강점도 있다.

한 온라인 명품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SSG닷컴이나 롯데온 등 대기업도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결국 명품 플랫폼이든, 리셀 플랫폼이든 얼마나 신뢰도 있는 정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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