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이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인정한 것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공개한 것은 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전했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미와 북한 사이의 긴장을 유지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핵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동시에 코로나19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려 그간 백신 지원을 거절한 중국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으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이 발표 며칠 만에 화물기 3대를 중국 선양에 파견해 긴급 구호물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미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의 핵 무력시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왜 지금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인정했을까. 북한의 발표 시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이라는 데 주목한다면, 시점을 정치적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북한 주민 25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미국이 '(중국을 통해) 외교적으로 개입'하도록 유도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로선 북·미간 대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리 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톱다운)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으며, 외교의 문은 열어두되 대북 제재는 이어가겠다는 점을 방한 기간 중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역시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북한과 외부세계의 소통에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과 동맹국은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의) 흔치 않은 정치적 개방에서 미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예로 들었다. 그는 "치명적인 기근 속에서 북한은 국제 사회에 전례 없는 식량 원조를 호소했다"며 "당시 미국의 식량 지원은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가 비슷한 경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이 코로나19 발병을 공개한 후 인도적 지원 의사를 전했다"며 "직접적이든 제삼자를 통해서든 바이든 행정부는 북과 접촉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외교적 접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