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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왜 알렸을까…"김정은의 핵협상 투트랙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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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소집,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소집,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최근 북한이 이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인정한 것은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공개한 것은 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전했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미와 북한 사이의 긴장을 유지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핵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동시에 코로나19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려 그간 백신 지원을 거절한 중국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으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이 발표 며칠 만에 화물기 3대를 중국 선양에 파견해 긴급 구호물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미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의 핵 무력시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왜 지금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인정했을까. 북한의 발표 시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이라는 데 주목한다면, 시점을 정치적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북한 주민 25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미국이 '(중국을 통해) 외교적으로 개입'하도록 유도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가 담겨져 있는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조선인민군 군의(軍醫) 부문 전투원들이 지금 이 시각도 악성 바이러스 격퇴전에서 당 중앙의 별동대로서의 위용을 힘있게 떨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가 담겨져 있는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조선인민군 군의(軍醫) 부문 전투원들이 지금 이 시각도 악성 바이러스 격퇴전에서 당 중앙의 별동대로서의 위용을 힘있게 떨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다만 현재로선 북·미간 대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리 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톱다운)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으며, 외교의 문은 열어두되 대북 제재는 이어가겠다는 점을 방한 기간 중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역시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북한과 외부세계의 소통에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리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과 동맹국은 중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의) 흔치 않은 정치적 개방에서 미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예로 들었다. 그는 "치명적인 기근 속에서 북한은 국제 사회에 전례 없는 식량 원조를 호소했다"며 "당시 미국의 식량 지원은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가 비슷한 경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이 코로나19 발병을 공개한 후 인도적 지원 의사를 전했다"며 "직접적이든 제삼자를 통해서든 바이든 행정부는 북과 접촉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외교적 접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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