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다” 버티는 정호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날 오후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뒤늦은 자료 제출과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중도에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어지던 청문회는 끝내 정회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늦게 정 후보자 아들(31)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학 불합격 당시 전형 서류가 뒤늦게 제출됐다며 “불합격했을 때 제출한 서류가 이듬해 합격한 서류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쓰고 있다. 김성룡 기자

관련기사

고 의원에 따르면 그간 정 후보자는 불합격 당시 서류 제출 요구를 거부해 왔다. 이날 오전 청문회 시작 때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뒤늦게 제출했다. 고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 편입학 입시에 똑같은 서류를 냈다. 학점이나 토플 등 객관적인 자료뿐 아니라 자기소개서 문구까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의원은 “두 서류가 오·탈자까지도 똑같다. 동일한 서류로 4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주관적 개입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면서 “명백한 특혜가 밝혀진 이상 인사청문회를 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2017학년도 자료를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으려고 기피한 것이 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뒤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회의장에 남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을 성토한 뒤 정회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정책 질의는 5%도 안 되게 하고 대부분 신상털기와 자녀 의혹만 (제기)하다가 답변 자세가 어떻다고 하면서 (나갔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3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연신 ‘떳떳하다’ ‘씌워진 의혹’이라고 언급하며 자진 사퇴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가장 논란이 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는 구조”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16년(2017학년도 전형), 2017년(2018학년도 전형)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정 후보자는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을 가슴 깊이 느낀다”며 “성인이 된 자녀 본인들의 선택을 아버지로서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자료 제출과 관련된 질타도 있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위원회 차원에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해 주시기를 위원장에게 요청한다”고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아들의 MRI 영상 자료를 CD 2장의 형태로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 그 밖에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주장에 대해 “잘못된 말”이라며 “(당선인이) 대구에 발령받고 와서 1년에 한 두어 번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 당선인에게 경질할 것을 제안할 용기가 있느냐’는 취지의 강병원 민주당 의원 질의에 “상황을 판단해 보겠다. 오늘 청문회를 했으니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