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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했다” 사퇴한 김인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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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3일 전격 사퇴했다. 후보자 지명 20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 사례다. 교육계·정치권 안팎에선 자녀들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논란과 제자의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 등에 김 후보자가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정치권과 교육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알리지 않고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지인은 “본인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심정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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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측은 “시간을 끌며 청문회까지 가면 더 많은 의혹이 제기돼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가 흘러나오는 것도 사퇴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명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사퇴한 것은 의외지만 당에서도 사퇴하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으니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 재직 시 딸·아들이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 교수들과 공저한 논문을 입사용 이력서에 기재해 이른바 ‘아빠 찬스’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또 국회 교육위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제자의 회고록을 통해 “김 후보자가 논문 심사를 이른바 ‘방석집’에서 접대를 받으며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의 제자인 이성만(국민의힘 인천 연수구청장 예비후보)씨는 “박사 논문 심사 과정에서 지도교수(김 후보자)의 도움을 받았고, 아가씨들과 마담도 함께 축하해 주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 썼다.

이날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을 일주일 남긴 채 김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한동안 장관을 대행하는 ‘불편한 동거’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한 이날 국민의힘은 겉으론 “예견된 일 아니냐”고 태연한 척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도미노 낙마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의 사퇴가 다른 장관 후보자의 거취 표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낙마자가 더 늘면 이건 새 정부 인사 난맥상으로 확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방석집 논문 심사’ 관련 내용이 두 달 전 출간된 책에 다 적혀 있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건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장 추가 사퇴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국무총리)·정호영(보건복지부)·한동훈(법무부) 후보자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다른 후보자들의 논란이 가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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