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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 싸움 끝날 때까지 함께 한다"…러, 9일 승전 선언도 물거품?

중앙일보

입력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양국의 협력 강화와 지원에 공헌했다"며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양국의 협력 강화와 지원에 공헌했다"며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은 사전 발표 없이 키이우를 찾았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하고자 이곳에 왔다.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발발 이후 키이우를 방문한 미 최고위 인사가 언급한 약속으로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결의가 강화됐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서방 "우크라 승리 목표"…독일도 강경한 입장 선회

최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를 목표로 삼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에 곡사포·탱크 등 중무기를 대거 공급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 싸움의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러시아에) 굴복하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330억 달러(약 42조255억원)를 추가 요청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바라는 노골적인 발언도 이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성공하고 있고, 러시아는 실패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도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더 멀리 그리고 더 빨리 밀어낼 것"이라면서 "이제 모두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독일 시민들이 드레스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시민들이 드레스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시위를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이런 기류에 대해 "4월 초 부차의 민간인 학살 증거가 공개된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물리치도록 도우려는 서방의 결의가 굳어졌다. 중재자 역할을 하던 프랑스·이스라엘·터키 등에서 시도한 외교적 해결이나 휴전에 대한 논의도 사라졌다"고 평했다.

서방 주요 국가 중 우크라이나 중무기 지원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자주대공포 지원을 시작으로 장갑차, 자주포 등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또 기존에 러시아산 석유 금지 조치에 반대했지만 최근에 강경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미하엘 클라우스 유럽연합(EU) 주재 독일대사는 최근 EU 대러 6차 제재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일은 중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인도를 반러시아 대열에 끌어들이는 시도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월 26~28일 바이에른 알프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초대해 러시아에 맞선 광범위한 국제 동맹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9일에 맞춰 군사행동 조정 안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Z' 표식이 있는 자동차를 끌고 온 러시아 시민들이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 사전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Z' 표식이 있는 자동차를 끌고 온 러시아 시민들이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 사전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러시아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최소한 며칠은 (계획보다) 뒤처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반격하고 있어서 러시아군이 남북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이 예상했던 오는 9일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승리 선언 계획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이탈리아 방송 미디어셋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9일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군은 전승절을 포함해 특정 날짜에 맞춰 군사행동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9일에 승리 선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승절 열병식 규모도 작아졌다.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열병식 리허설에서 지난해에 비해 참가 병력이 1만2000여명→1만명, 군용차량 191대→130대 등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밀유도 무기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서방 제재로 인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정밀유도 무기를 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최근 러시아군의 공습은 동부 지역과 마리우폴에 집중되고 있는데 대부분 재래식 폭탄이 쓰여 민간인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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