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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민주당, 보완수사권 넓힌 이유…중수청 증발엔 "29일 사개특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여곡절 끝에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이하 상정안)이 또 한번의 갑론을박을 부르고 있다. 강행처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주장했던 것과 차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론으로 채택했던 원안과는 차이가 컸고 같은 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이하 수정안)과도 달라진 점들이 눈에 띄었다. 수정안은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8대 항목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만든 안이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395회국회(임시회) 회기결정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395회국회(임시회) 회기결정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에도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은 원천 무효”라며 “기어이 4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에선 “권 원내대표와 여태껏 수차례 의견을 나눠왔고 국민의힘 측 의견을 상정안에 최대한 반영했는데 딴소리를 하고 있다”(원내 핵심관계자)는 반응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①중(中)→등(等)=본회의에 상정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공포 4개월 후 공직자ㆍ선거ㆍ방위산업ㆍ대형참사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되, ‘부패ㆍ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은 남겨뒀다. 법사위 과정에선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부패ㆍ경제 범죄 중’이라는 표현을 고집해 의결했다. 지난 26일 법사위 진행 중 기자들과 만난 박주민 의원은 “마치 6대 범죄 아니라 7대 범죄, 8대 범죄, 9대 범죄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이 될 여지가 있어 ‘중’으로 바꿔준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었다. ‘등’으로 규정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의 범위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넓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경제ㆍ부패라고 법률에 명시해놓은 상태에서,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수사 범위를 늘릴 수 있겠느냐”(법사위 1소위원)는 주장이 나오면서 고집이 꺾였다고 한다. 검사 출신인 송기헌 의원도 27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령으로 확대하려 하더라도, 경제ㆍ부패 범죄가 아닌 경우엔 법원이 (위법임을) 명백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 뭐가 바뀌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수완박 법안, 뭐가 바뀌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보완수사권 확대=민주당은 수정안 마련과정에서 강한 의욕을 보였던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이란 보완수사권 제한 문구(4조 2항)도 상정안에선 포기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의 범위를 한정해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법조계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수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직후 김예원 장애인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조항을 “치명적 독소조항”이라고 지목한 뒤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되어도 수사 못 한다” 등 부작용 사례 20가지를 올렸다. 이에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해당 게시글에 “동일성 제한을 없애겠다”며 “송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법안 수정에 참여한 한 법사위원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수사하라는 게 수사ㆍ기소 분리의 대원칙인 건 변함 없다”면서도 “이 조항을 수정한 건, 김예원 변호사의 주장이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변호사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김예원 변호사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③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형사소송법 상정안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245조의7 1항)한 것도 법사위를 통과한 수정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를 ‘고소인ㆍ고발인ㆍ피해자ㆍ법정 대리인 등’으로 정해둔 현행법을 상정안 마련 과정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단서를 추가해 손 본 것이다.

고발인 제외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고발인의 항고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사실상 당사자인 내부 고발자가 제3자라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못 하게 돼서다. 논의에 참여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그간 고발인들이 정치적 목적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남용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일선 수사기관의 업무 과중을 덜어주는 측면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④중수청 증발 논란=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표현됐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일정이 수정안과 상정안에 표현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소동이 일었다. 여·야가 합의했던 의장 중재안 5항에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1년 이내에 발족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5일 법사위 전문위원이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한다”는 문구를 검찰청법 부대 의견에 넣는 조정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자 법조계 일각에선 “중수청 설치를 주장해오던 민주당이, 정권이 바뀌자 중수청 설치를 피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박주민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부대 의견 미반영 관련, “민주당이 수사받는 걸 우려하는 이유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은 부칙에 넣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국민의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마치 국민의힘에서 반대한 것처럼 말하는데, 논의된 바도 없고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애초에 중수청 설치 문제는 의장 중재안 합의 때도 향후 국회 사개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검찰이 왜 반발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내일(29일)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사개특위 구성의 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브리핑했다. 국민의힘의 율사 출신 의원도 “특위 구성은 국회 운영위 몫”이라며 “부대 의견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닌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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