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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측 “국민에 묻자”…선관위 “현재론 국민투표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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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법’ 강행처리 시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국민투표 부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기도, 원내 의석수 열세로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에서 꺼낸 맞불 전략으로 해석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회에서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검수완박법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법 개정은) 차기 정부와 의논하고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 실장은 “민주당의 다수 횡포에 대해 당연히 현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리라고 믿는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민주당과 야합한다면 국민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다.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비서실은 당선인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보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수완박 입법독재 반대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수완박 입법독재 반대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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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이날 오전 비서실 간부회의를 통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투표 일정과 관련해선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도 안 들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인수위에 나와 있는 변호사들과 함께 의논해 당선인에게 보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국민투표는 여야 합의가 파기되고 민주당 단독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이번 주 들어 인수위 주변에서 아이디어로 거론됐다. 172석 거야의 폭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을 지지해 온 신평 전 경북대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민주당 측이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들의 위헌적인 행동에 대한 비난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국민투표를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검수완박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에는 국내 정책 및 정치적 사안이 포함된다”(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주장도 있지만, “검수완박법은 순수한 입법 사안으로 외교·국방과 같은 중요 정책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반론도 거세다.

민주당 역시 “법을 가지고 혹세무민하려는 것”(윤호중 비대위원장)이라며 헌법 72조 쟁점을 부각하고 있다. 정무적으로는 국민투표가 새 대통령에 대한 신임·불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반대보다 찬성이 많을 경우 윤 당선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리 논쟁과 별도로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회가 법을 개정했어야 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중앙선관위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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