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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최후 요새…푸틴 "파리 한마리 못나오게 봉쇄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일대를 총공격하려던 기존 계획을 취소하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1일 크렘린 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1일 크렘린 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 전 지역을 해방했다"면서 "제철소를 완전히 인수하기까지는 3~4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합병한 크림반도를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지난 2월 개전 직후부터 이곳을 포위하고 집중 공세를 펼쳤지만,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 요새로 삼아 50일 이상 버텨왔다.

이날 쇼이구 국방장관의 보고에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치하한 뒤, 제철소에 대한 전면 공격 작전을 취소했다. 대신 "제철소 일대를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게 봉쇄하라"고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우리 군인·장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작전 변경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제철소에 진입해 제압 작전을 펼칠 경우 아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제철소를 봉쇄하고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을 고사시키는 작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우폴 항구 시설과 건물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막사테크놀로지 제공]

마리우폴 항구 시설과 건물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막사테크놀로지 제공]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현재 우크라이나군 2000여 명과 민간인 1000여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실제로 봉쇄·고사 작전을 실행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스스로 나오는 우크라이나 군인은 생명을 보장하고 적법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마리우폴을 함락시켰다는 러시아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은 물리적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곳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며 "우리 방어군은 계속해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푸틴의 봉쇄 작전 지시가 내려지자, 제철소에서 민간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를 즉각 개설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제철소에는 약 1000명의 민간인과 500명의 부상자가 있다. 이들을 모두 탈출시켜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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