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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독감 수준으로 낮다? 보름간 3000명 죽어 나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인천 남동구 인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대응 현장 이동형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6일 인천 남동구 인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대응 현장 이동형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9일 30만명대를 돌파한 이후 일주일 만에 20만명이 추가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 수가 나오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추가 완화 여부를 논의 중이다. 확진자 수는 많지만, 치명률은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1주일 내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완화 전 정부가 현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점 규모도 한국이 영국, 미국, 프랑스 제치고 압도적 

현재 한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데이터를 집계하는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오미크론 유행 정점 때와 비교해도 한국의 현재 확진자 수는 압도적이다. 한국처럼 단기간에 확진자가 폭증한 홍콩은 정점에서 인구 100만명당 하루 신규 확진자(7일 평균)가 5845명(3월 4일)까지 치솟았고, 프랑스는 5436명(1월 25일)을 기록했다. 보다 이르게 오미크론이 퍼진 영국은 2681명(1월 5일), 미국은 2425명(1월 15일)에 그쳤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한국은 15일(현지시간) 기준 100만명당 6730명을 기록하며 다른 나라의 정점을 이미 넘어섰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2년간 누적 확진자가 적었던 만큼 지금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유행이 확산하는 시기 방역 조치를 푼 탓에 확산세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는 6730명을 기록했다. [캡처]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는 6730명을 기록했다. [캡처]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이던 거리두기를 1월 중순부터 계속 풀었으니 확진자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하면서 검사 건수가 많아졌고, 이전에 확진자가 워낙 적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치명률, 계절 독감 수준”…전문가 “보름간 3000명 사망”

하지만 방역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는 일일 확진자 숫자보다 위중증율과 치명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최근 4주간 코로나19 치명률은 0.1%보다는 낮게 나오고 있어서 단기 치명률은 현재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3월 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미국의 경우 285명, 프랑스 경우 208명, 영국의 경우 237명이다. 우리는 17명으로, 대략 1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 교수는 방역당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4주간 치명률이 0.1% 정도로 떨어진 건 단기간에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다 보니 모수 자체가 커진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정점을 찍지도 않았는데 치명률이 0.1%라고 하는 건 과학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않은 태도”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위중증 환자는 1200명대, 사망자는 300명대에 육박하며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특히 방역당국이 계절 독감에 비교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계절 독감이 하루 40만명씩 생긴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 체계가 마비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독감처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망률이 아닌 사망자 수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 보름 동안만 계산해도 코로나19 사망자가 3000명에 달한다”라며 “감당가능하니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할게 아니라 국민에게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먹는 치료제 유통·의료 체계 대응부터 손봐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완화하기에 앞서 고위험군의 위중증·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3차 접종률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경구용 치료제 활용을 높이는 것”이라며 “치료제를 고위험군이나 미접종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해줄지가 가장 큰 문제인데 정부가 유통 체계나 공급 부분을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를 푼다고 해도 많이 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방역을 완화하는 의미는 크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대응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오미크론이 계절 독감보다 조금 더 심각한 질환인 거는 맞지만 대응하는 방식이 좀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며 “지금의 의료 체계가 마비된 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병원들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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