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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휴전 기간 산부인과 폭격하고 "우크라 진지" 주장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대피 통로를 열기 위해 12시간 동안 공습을 멈추기로 합의했음에도 민간 시설인 ‘병원’을 공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4일째 일이다.

9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들것에 실려 구조되는 한 여성의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9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들것에 실려 구조되는 한 여성의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공습 잔해 밑에 여성·어린이 깔려 있어”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9일 오후 5시께(우크라이나 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산부인과와 어린이병원을 폭격해 최소 17명이 부상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정확한 사상자 수가 파악되지 않은데, 외신은 여성과 어린이 다수가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인도주의 통로 개방을 합의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병원이 수차례 공습 후 심각하게 무너졌다”며 SNS 등을 통해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엔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은 건물 외벽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 난 내부가 담겨 있었다. 또 병원 마당엔 자동차가 불타고 있었으며, 일부 다친 여성들이 부축을 받거나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장면도 보였다.

9일(현지시간) 공습 후 파괴된 마리우폴 어린이병원 내부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9일(현지시간) 공습 후 파괴된 마리우폴 어린이병원 내부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러군 “산부인과병원은 우크라군 진지” 주장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공습은 1945년 이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가장 큰 공격이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폭격은 주민 대피를 위해 휴전하기로 한 시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은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양측이 인도주의적 휴전을 약속한 그 시간 동안 러시아군이 민간 시설인 산부인과·어린이병원을 집중 공격한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9일 저녁 텔레그램을 통해 “어린이 병원이 어째서 러시아에 ‘위협’이 되냐, 산부인과 병동이 무서워서 파괴하는 러시아는 도대체 어떤 나라냐?”고 분개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공습이 “야만적”이라고 규탄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트위터를 통해 “연약하고 무방비인 사람들을 목표물로 삼는 것만큼 타락한 건 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는 산부인과병원이 우크라이나군의 진지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해당 병원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환자들과 직원들을 내보내고 진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 등 외신은 검증하지 못한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9일 마리우폴 공동묘지 모습. 마리우폴 부시장은 이날 총 47명의 사람들이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갈무리]

9일 마리우폴 공동묘지 모습. 마리우폴 부시장은 이날 총 47명의 사람들이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갈무리]

마리우폴은 일주일 넘게 러시아군 공습과 포격 대상이 됐다. 식수와 전기는 끊어졌으며, 40만명의 마리우폴 시민들이 지하에 쪼그려 앉아 지내는 신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8일엔 마리우폴의 6살짜라 소녀 타냐가 탈수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군들이 가능한 많은 민간인을 죽이려 한다”며 “그들은 피난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의로 식수와 식량 라인을 타깃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에서 부상당한 채 나오고 있는 여성의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9일(현지시간) 마리우폴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에서 부상당한 채 나오고 있는 여성의 모습. [텔레그램 갈무리]

“우크라·러시아 외무장관 10일 회동”

우크라이나 당국은 개전 후 지금까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1170명의 시민이 마리우폴에서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67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민간 피해가 갈수록 심해지자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닫아달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확전을 부를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양측의 휴전 회담은 계속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0일 터키에서 만나 전투 중단 등 휴전에 관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러시아 침공이래 양측의 외무 수장 간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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