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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던 ‘또다른 나’…메타버스는 곧 ‘특급버스’가 된다 [Law談-강태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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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상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새삼 ‘뉴노멀(new-normal)’이라는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대면으로 사람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하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수다를 떠는 것도 커피숍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가 아니라 랜선을 통해서 각자 자기만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코로나19가 이런 비대면 상황을 강제하고 더 빠르게 정착하게 했는데, 비대면 상황에서도 이전과 동일한 생활과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 정보통신(IT) 기술의 도움이 컸다는 점에는 별다른 의심이 없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을 찾은 관람객이 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을 찾은 관람객이 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을 통해 노는 것이 과거에는 게임 ‘오타쿠’나 하는 짓거리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에서 실제 공간처럼 이동하고 행동하는 것이 게임 마니아가 아닌 경우에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공간을 언제부터인가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젊은 층이 아니라도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라는 단어는 들어 봤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공상과학(SF) 작가인 윌리엄 깁슨이 만들어 낸 용어인 사이버 스페이스는 오늘날 인터넷을 지칭하는 것으로 많이 인식된다. 하지만 윌리엄 깁슨이 상상한 사이버 스페이스는 전 인류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연결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즉 특정한 공간이 아닌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개념이 그러하듯 일단 창조된 개념은 창조자의 손을 떠나 그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발전하는 법이다.

가상 공간이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또 다른 유명 SF 작가인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다.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의 공간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스노우 크래시에서는 허락된 소수의 자가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고, 메타버스의 자아인 아바타는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창조된다. 이게 인터넷과 같은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결국 가상의 공간이고 현실 세계와 분리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동일한 점이 있는 것도 맞고, 다른 점이 있는 것도 맞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3차원(3D)을 포함한 시각적인 효과가 현실감 있게 부여됨으로써 단순히 상상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거나 현실과 중첩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통상 메타버스의 범주로 증강현실(포켓몬고를 상상하면 된다), 라이프로깅(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휴대전화기에 깔린 자동 만보계를 생각하면 된다), 미러 세계(현실을 가상의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한 것. 가상 3D 박물관이나 구글 어스가 그 예시다), 가상 세계(가상에서만 현실처럼 존재하는 세계, 제페토가 이 분류에 속한다) 정도로 구분해 왔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품절사태를 일으키기까지 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이나, 무려 1230만명의 접속자가 참여한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포트나이트 라는 게임 내에서 이루어졌다)가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인터넷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는데, 이용자가 외부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페이스북 홈페이지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처럼)이 아니라 직접 이용자로 참여하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캐릭터가 이동하고, 다른 캐릭터와 교감도 나누는 것이 시각적으로 구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과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현돼 있던 것이었다. 그 안에서 기존의 현실 사계와 조우하며 따로 놀던 콘텐트가 서로 결합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메타버스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그 와중에 수익이 발생하고 그 속에서 돈을 버는 ‘김 서방’이 존재하는 법. 그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기존 오프라인 세계에서 확고하게 구축된 법체계와 충돌하거나 보충해야 할 지점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인터넷 도입의 초기 시점에 논의됐던 것과 비교해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지적도 있지만, 대역폭 확대에 기반한 시각적 포만감은 단순히 텍스트나 도트 그래픽화된 화면에 아이덴티티(정체성)의 동일성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던 때와는 분명 질적인 수준의 차이점이 있다.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가상 아이돌(가운데)' 과 실제 배우와의 혼합 메타버스 공연이 지난달 29일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소향아트홀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가상 아이돌(가운데)' 과 실제 배우와의 혼합 메타버스 공연이 지난달 29일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소향아트홀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사고치는 자는 어디든 존재한다

현실의 ‘본캐(본래 캐릭터)’와 동일한 ‘부캐(부수적 캐릭터)’를 메타버스에서 보여주는 기술적 진보를 이룬 상황에서 메타버스 내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반대로 스스로를 부인하는 인격의 불일치 현상이 이미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년이 넘도록 설왕설래했던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에 대한 보호가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을 통해 인정됐지만, 유명인의 초상만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입법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메타버스 내에 입점하고 광고하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현실 세계와 동일한 상표권을 부여할 것인지, 실무상으로 이에 대응하는 상품 분류가 있는지와 같은 문제도 고민하고 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사회 발전에 기인한 것이라 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상표와 관련한 문제는 20년 전 인터넷에서 메타 태그와 검색 해시태그와 관련한 이슈가 제기된 이래 여전히 유사한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아 한국의 특유한 게임법 규제 체계에 포함할 것인가의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영화나 게임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이용자가 얻는 효용과 이를 위하여 사업자가 준비하고 투자하는 땀과 비용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콘텐트 산업은 누군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전된 한국의 IT 환경에 기반한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맷집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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