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8만전자' 터치…개미는 이달만 2조6000억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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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4개월여 만에 장중 8만원대 고지를 다시 밟았다.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63%(500원)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만원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8만원을 회복한 것은 지난 8월 10일(장중 고가 8만2400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4개월간 7만원 전후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0월 13일에는 6만8800원까지 떨어져 '6만 전자'(주가 6만원대 삼성전자)라는 오명까지 썼다. 그러나 이달 들어 12.1% 오르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3종 [사진 삼성전자]

지난달 30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3종 [사진 삼성전자]

외국인 12월 들어 2조5000억 순매수

이날 '8만 전자'를 만든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269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선 2조5766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서며 2조6564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를 직접 떠받친 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 기대감이다.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비관적 전망도 긍정으로 바뀌는 추세다. 지난 8월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겨울이 지구 온난화를 만났다"고 전망을 바꿨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메모리 침체는 예상보다 짧고, 얕은 수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지난 9~11월 매출이 7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27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6달러로,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로 각각 10%대 중후반, 30% 안팎을 예상했다. 이에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봄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 1~2분기에 D램 가격이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공급 증가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되면서 D램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로 12만원을 제시했다. 기존 목표 주가보다 20% 올린 수치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반등 등으로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10%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반도체 업황 자체가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에 한두 차례 고비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등 시스템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어 조심스러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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