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로봇 인공관절 수술, 높은 정확성 장점…노하우 전수 등 체계적 교육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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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인터뷰

김중일 교수는 “국내외 정형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로봇 인공관절 수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김중일 교수는 “국내외 정형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로봇 인공관절 수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퇴행성 관절염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노년 질환이다. 초기·중기엔 운동이나 약물·주사 치료 등으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연골이 완전히 마모된 말기엔 손상된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근엔 인공관절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술 로봇이 도입·사용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로봇 인공관절 교육센터인 한림마코로봇교육센터를 개소했다. 부센터장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김중일 교수에게 센터 설립 배경과 역할에 대해 들었다.

요즘 인공관절 수술 로봇 도입이 활발한데, 이유는 뭔가.
“최근 산업 전반의 주요 화두가 인공지능과 로봇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예전부터 다양한 의료용 로봇이 개발돼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로봇과 잘 맞는 분야 중 하나다. 뼈를 절삭할 때 1㎜, 1도를 중요시하는 등 정확성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인공관절 수술 로봇은 199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로봇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진일보한 형태의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급속히 퍼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형외과 전문병원 위주로 활발하게 도입하는 추세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어떤 장점이 있나.
 “성공적인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선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정강이뼈)을 기계적 축에 수직으로 절삭하고, 관절을 구부리거나 폈을 때 직사각형 모양의 동일한 관절 간격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인공관절 수술은 대개 X선 검사 영상을 통해 수술 계획을 세운다. 집도 의사는 이를 기반으로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해 수술한다. 물론 인공관절 수술에 숙련된 의사는 대부분 원하는 축과 관절 간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수술 과정에서 알기 어려워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반면에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로봇이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3차원(3D)으로 변환한 정보를 집도 의사에게 제시한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절삭 범위, 인공관절 크기, 삽입 각도 등을 인지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술 중에도 로봇은 환자의 축과 관절 간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의사에게 객관적인 수치로 제공해 준다. 집도 의사는 절삭 오차가 거의 없는 로봇팔을 잡고 수술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오차 발생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교육센터를 개소한 계기는 뭔가.
 “아직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도입한 대학병원이 많지 않다 보니 로봇 수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로봇 수술이라고 해서 로봇이 시키는 대로 의사가 수술하는 게 아니다. 로봇은 수술이 좀 더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로봇이 CT 정보를 기초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 크기, 삽입 각도 등을 제시하면 의사는 수술 중 환자의 연부조직 상태를 고려해 기존의 계획대로 할 건지, 수정할 건지 조율해 수술한다. 따라서 로봇이 제시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임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에 교육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교육센터를 통해 국내외 의료진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도움되는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로봇 수술을 받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어떤 교육이 이뤄지나.
“정형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로봇 인공관절 수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처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는 사람을 위한 자격 이수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수술 참관을 통해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견학 프로그램, 라이브 서저리를 활용해 교육과 실제 수술 간의 간극을 줄이고 유용한 팁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그동안 인공관절 영역은 보다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등장은 시대적 필연인 동시에 향후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파급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해도 로봇에 대한 수술 수가를 따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도입의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수술 건수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임상 결과가 축적될수록 로봇 수술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교육센터의 목표는 뭔가.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국내에선 시작 단계나 다름없다. 기존 수술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혹시 단점은 없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둘째는 로봇 인공관절과 관련한 다양한 술기를 어떤 식으로 임상에 응용하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의료진들과 함께 연구하고자 한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점차 늘고 있다. 의료진들이 여러 가지 수술 기술과 팁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토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환자들에게 좀 더 도움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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