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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숙원’ 공수처 300일…사건처리 1건에 ‘尹수처’ 오명까지 [Law談 스페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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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꿈’이 이뤄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 이제야 면목이 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지난해 12월 10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던 검찰개혁의 1차 목표이자 여권의 오랜 숙원이다. 그러나 16일로 출범 300일을 맞은 공수처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文대통령 ‘20년 숙원’…공수처는 ‘운명이다’?  

여권의 대표적 숙원사업이었던 공수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립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운명이다』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며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적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민정수석으로 보좌한 경험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공약집에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검찰)의 권력 분립, 견제, 균형 재조정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권한 조정의 첫째 이행 방안으로 공수처 신설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여권의 ‘검찰개혁’ 기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던 당시 검찰의 수사가 권력 핵심부로 향하면서 심화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초동 앞에 촛불을 들고 모여 “윤석열 사퇴”를 외쳤고, 여당은 연달아 검찰을 때렸다. 그러면서 여권의 공수처 설립 필요성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은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돼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이변 없이 통과했다.

親尹은 강압수사, 親文은 황제조사? …‘이중잣대’논란

오랜 진통 끝에 탄생한 공수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초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선 수사 성과가 미미하다. 현재 공수처는 직접 수사에 나선 12개 사건 중 ‘공제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 1건만 처리했다.

수사 중인 나머지 11건 중 4건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 관련 사건이다. 이 때문에 “야당 후보만을 표적 수사하는 ‘윤석열 수사처’로 정치영업을 하고 있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과 공수처는 협업관계”(김웅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월 23일 취임식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 대해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재까지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이중잣대’도 논란이다. 지난 3월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휴일에 공수처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뒤 면담했다가 ‘황제 조사’ 비판을 자초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문 정부 들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인사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7일 오후 5시 11분쯤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인근 도로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 TV조선 캡처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7일 오후 5시 11분쯤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인근 도로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 TV조선 캡처

그러면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대구고검 인권감독관) 수사 때는 강압 수사 논란 및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겼다.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이 기각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례 없는 무리수로 망신을 자초했다”는 평이 자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에 유감을 표한다”며 “장기적으로 기본권을 경시하는 문화가 수사기관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입장을 냈다. 손 검사 측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운국 차장 등 4명에 대해 진정을 제출하기도 했다. ‘인권 친화적 수사 기관’을 표방한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에는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자료를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하청 감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수처 출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수처 출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수처가 과거 검찰 행태 답습”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현재까지 수사는 물론 검찰 개혁의 상징물로서의 면모 역시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개혁’의 산물이 체포영장 기각되자 구속영장 청구하는 식이냐”며 “정작 여권을 겨냥한 수사는 다 된 수사인데도 결론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쓴소리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한 허위 공문서 작성·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단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첩받았지만, 아직 뚜렷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 개혁’을 목적으로 도입된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 영장 청구 과정이나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을 보면 과거 검찰의 부정적 행태만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노골적·편파적 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수사 과정을 점검하고 수사 역량을 키우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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