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대선후보 전성시대…캠프 움직이는 법률가 출신 누구 [Law談 스페셜]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5:00

업데이트 2021.10.21 09:32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법조인 출신 후보들의 대결 구도가 되고 있다. 2017년 5월 9일 주요 후보 3인 중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제외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등 1·2위가 법조인 출신이던 19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는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에선 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한국은 법조인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기 유리한 환경이다. 미국에서도 법률가 출신 정치인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이며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여야 법조인 출신 후보는 법원·검찰·변호사 조직을 주도했던 기성 주류와 거리가 있는 ‘비주류’이거나, 이들에 저항한 전력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사법시험 28회·사법연수원 18기)는 중앙(서울)-지방 구도로 보면 ‘지방 변호사’ 출신이다. 정치 입문 전 지역에서 변호사로 일한 경력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맥을 잇는다.

대선 움직이는 법조인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선 움직이는 법조인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야당인 국민의힘 최종 경선 후보 4인 중에선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후보를 제외한 윤석열·홍준표·원희룡 후보가 검사 출신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홍 후보(사시 24회·연수원 14기)는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 당시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정무장관을 구속한 원조 비주류 ‘모래시계 검사’였다. 원 후보(연수원 24기)는 1992년 사시 34회 수석합격자로 1995년부터 3년간 짧은 검사 생활을 한 뒤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후보(사시 33회·연수원 23기)는 특수통 검사로 잘 나간 검사였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에 공개적 ‘항명’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소년공→지방변호사→여당 후보 이재명…동기 정성호 핵심 측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1979년 중학생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에 소년공으로 일하다가 공장 프레스기에 손이 끼어 장애(6급)를 입었다.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성남시장·경기도 지사를 거쳐 여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2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고, 86년 사법고시 28회에 합격했다. 2년 후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한 뒤 주로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연수원 18기 동기 중에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캠프에서는 총괄 특보를 맡았다. 캠프에 몸을 담진 않았지만,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재판에서 변호를 맡은 김종근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도 이 지사의 연수원 동기다.

민주당 안에서도 경선 때부터 대선주자인 이 지사 캠프(열린 캠프)에 법조계 출신 현직 의원 상당수가 합류했다. 주철현(사법연수원 15기) 의원을 비롯해 이수진(31기)‧이탄희(34기)‧박주민(35기)·이재정(35기)‧김남국(변호사시험 1회) 의원 등이다.

정치인들 이외에도 이 지사 선거법 재판 변론 등으로 인연을 맺어 이 지사를 돕는 법조계 출신 캠프 인사도 많다.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출신인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이태형(24기) 변호사를 비롯해, 이현용(29기) 변호사, 이헌욱(30기·경기도시공사 사장) 변호사, 나승철(35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이다.

이 후보의 지역 변호사회 탄탄한 인맥 덕분에 지난 8월 말 전국 516명의 변호사가 민주당 대전시장에서 회견을 열고 “가난한 자와 부자,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가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대동세상'을 이끌 유일한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 치받던 윤석열…캠프에도 검사 출신 포진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 최초 대선 후보지만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소위 지휘부에 대한 항명 파동을 통해 국민에게 ‘강골 검사’로 각인됐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진보성향 김선수(17기) 대법관과 친구인 윤 후보는 ‘소년 급제’ 엘리트들이 즐비한 법조계에선 늦깎이 검사에 속한다. 1991년 9수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뒤 94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8년 만인 2002년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1년 해본 뒤 이듬해 검찰로 복귀한 이력도 있다.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2년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구속기소 하는 등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발탁되자마자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및 사모펀드 비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 타당성 조작 수사,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으로 정권과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 3월 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찰에 오래 몸을 담은 만큼 윤 전 총장의 법조계 인맥은 대선 주자 중 가장 광범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캠프(국민캠프)에 합류한 법조계 출신 의원들 가운데엔 검사 출신이 많다. 현역 의원 중엔 권성동(연수원 17기)‧정점식(20기) 의원이 대표적이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14기) 전 대표 권한대행도 돕는다. 이들은 모두 윤 전 총장이 검사 재직 시절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연수원 동기에다 나이(1960년생)도 같은 주광덕(23기) 전 의원도 캠프에서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 김경진(21기) 전 의원, 박민식(25기) 전 의원도 캠프에 참여한 법조계 출신 인사다. 또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석동현(15기) 변호사도 캠프에 참여했다. 검사 후배인 주진우(31기) 변호사는 캠프 외곽에서 윤 전 총장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오른쪽)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최재형 전 원장 영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오른쪽)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최재형 전 원장 영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원조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에 ‘미담제조기’ 최재형 힘 보탰다

홍준표 경선 후보는 검사 시절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가 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며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홍 후보 스스로 “내 인생은 독고다이(일본어로 특공대. 조직과 상관없이 혼자 움직이고 혼자 죽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말할 정도로 검사 시절은 물론 정치인으로서도 대체로 주류 계파에 들어가기보다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연수원 14기 동기지만 특별한 친분을 가진 적은 없고 정치적 지향성도 다르다고 평가한다.

다만 연수원 동기 중에선 홍 후보의 고려대 4년 후배인 이우승 변호사와 가깝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201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보를 지냈으며 홍 후보의 정치인 활동과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은 물론 경남도지사 시절 소송에서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다.

홍 후보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조직폭력배 사건을 주로 수사하면서 동료 강력부 검사들과 끈끈한 관계였다고 한다. 정선태(13기) 전 법제처장과는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가까운 사이다. 그는 원래 이름이 ‘홍판표’였는 데 청주지검 초임검사 시절 “판사도 아닌데 이름 중간자가 ‘판(判)’인 것은 맞지 않는다”는 윤영오 변호사(고등고시 사법과 9회‧당시 청주지방법원장)의 개명 권유를 받아들여 당일 서류 재판을 통해 현재 이름인 홍준표(準杓)로 개명한 건 유명한 일화다.

법조인 출신 중에는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내고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해 최종 컷오프에서 탈락한 최재형(13기) 전 감사원장이 홍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이언주(29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0일 경북도당에서 성남시 대장동 특혜 및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관련 의혹을 다루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0일 경북도당에서 성남시 대장동 특혜 및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관련 의혹을 다루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대장동 1타 강사’ 에 김재식·손영택 변호사 조력

원희룡 경선 후보는 ‘수재’로 통한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시험 수석(34회)의 이력 때문이다. 원 후보는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했고, 서울지검 검사 등을 지냈다. 단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길지 않아 법조계의 인맥이 넓지는 않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24기) 전 의원 등이 있다. 또 사법연수원 동기로는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이 있다. 하지만 원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인맥이라고 할 정도로 연수원 동기 등과 인연을 맺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 후보 캠프에는 김재식(31기) 변호사, 손영택(33기) 변호사, 강전애(변시 1회) 변호사 등이 몸담고 있다. 이들은 캠프 측에서 꾸린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과 관련 ‘화천대유 의혹규명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했다. 김 변호사가 팀장이다. 원 후보가 ‘대장동 1타 강사’로 최근 주가를 올리는 데도 이들이 조언이 도움됐다고 한다.

법조인 출신의 대선 도전은 법치 실현 및 법률 제도 존중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그만큼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인치가 아니라 법률과 제도로 통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며 “여전히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법 앞에서는 모두가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를 대선 후보자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도 “법조인 경력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정말 법을 잘 알고 법조인답게 법치 실현을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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