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사는 순간 가치 반토막…사람들은 왜 복권에 돈 쓸까

중앙일보

입력 2021.09.24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95)

코로나 불황이 깊어지며 오히려 복권이 잘 팔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복권 판매액이 5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복권 판매액은 5조4200억원이었다. 2019년의 4조7900억원보다 6300억원이 늘어났다. 복권 판매액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2002년 로또복권이 팔리기 시작한 이후로도 최대 규모다.

복권은 국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에게 돈을 모금해 당첨자에게 지급하는 표를 말한다. 복권의 기원을 보면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로마 화재 후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다고 한다. 16세기에 들어 유럽의 국가들은 재정 확보를 위해 복권을 발행했고, 1530년대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에서 세계 최초로 ‘로토(Lotto)’라고 불리는 복권이 나와 오늘날 복권의 시초가 되었다.

복권은 국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에게 돈을 모금해 당첨자에게 지급하는 표다. [사진 pxhere]

복권은 국가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에게 돈을 모금해 당첨자에게 지급하는 표다. [사진 pxhere]

우리나라에서 복권이 처음 발행된 것은 1947년 12월이었다. 제14회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장당 100원에 발행되었다. 이어 1962년 4월 산업박람회복권이 발행됐으나 단기간에 그쳤으며 1969년 9월 주택복권이 발행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정기발행 복권이 등장하였다. 1등 당첨금은 당시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300만원이었다. 한창 인기를 끌던 주택복권은 로또에 밀려 2006년 발행이 중단된다.

지금의 전자식 로또복권이 도입된 건 2002년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워지자 서민들이 로또복권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저 재미로 하는 게 아니고 복권에 자기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실제로 40대 어느 가장이 빚을 내 무려 3000만원의 복권을 샀지만 정작 당첨금이 85만원에 그치자 지하철에 투신하여 목숨을 끊은 일까지 발생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로또 복권 1등 당첨으로 242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5년 만에 돈을 모두 탕진했다. 주식투자 실패가 그 이유였다. 그는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도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했었는데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식투자에 사용한 당첨금 대부분을 잃었다. 최후의 재산이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지만 이마저 실패하며 빚만 남기게 됐다.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고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노점상으로 생활을 이어가던 50대 가장이 로또 1등에 당첨된 적도 있다. 수령금은 7억8000만원. 그들 부부에겐 상당히 큰돈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갈등을 가져왔다. 아내는 로또에 당첨된 뒤 남편이 폭언하며 자신을 무시했고 자신은 이런 남편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고 한다. 어느 날 부동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내가 쇠망치로 남편을 가격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했다. 복권 당첨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6년 1등 당첨자는 범죄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피신 중 우연히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 그는 19억원을 받았고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만 내고 풀려날 수 있었다. 새 삶을 살 것 같았던 그는 나머지 돈을 1년여 만에 모두 탕진했다. 돈을 더 불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도박이 문제였다. 이후 여러 차례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다.

경찰에 검거되며 그는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복권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후회했다.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되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처지가 변화하리라 생각한다. 평생 만져볼 수 없는 큰돈을 한 번에 손에 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갑자기 생긴 큰돈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지난해 복권위원회의 기금집행현황에 의하면 로또 당첨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모두 2조8300억원이다. 복권 판매액의 약 50%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법정배분사업 및 공익지원사업으로 운영되었다. 절대적인 금액으로만 본다면 로또 복권의 원금 회수율은 약 50%다. 뒤집어 놓고 보면 복권은 사자마자 가치가 50%가 떨어지는 상품이다.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잠시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복권을 산다. 다만 무리한 투기보단 복권 원래의 취지대로 사회사업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게 좋다. [사진 pxhere]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잠시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복권을 산다. 다만 무리한 투기보단 복권 원래의 취지대로 사회사업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게 좋다. [사진 pxhere]

요즘 주식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는데 주식을 사자마자 주가가 50% 떨어진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또한 자기 집을 사려고 하는데 사자마자 가격이 50%가 떨어진다면 누가 그걸 사겠는가? 물론 복권을 이와 같은 논리로 접근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미로 사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유럽 국가에겐 그렇다.

복권이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 팔리지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00만분의 1이다.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 428만분의 1이라고 하니 벼락 맞아 죽기보다 로또 1등 하기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늘도 복권을 사고 내일도 살 것이다. 적은 돈으로 잠시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리한 투기를 하기보다 복권 원래의 취지대로 사회사업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첨이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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