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코로나로 생긴 삶의 긍정적 변화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94)

지난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우리나라까지 전염됐을 때 메르스처럼 곧 종식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전 세계로 확대되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다. 과연 코로나는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까. 의학계에서는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내년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정 그러기를 바라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업들의 매출은 코로나 사태로 한때 주춤했으나 다행히 곧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잘 나가는 기업도 있다. 반면 자영업을 하는 개인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손님이 적으면 적은 대로 걱정이고, 많으면 많은 대로 불안하다. 자칫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면 가게 운영을 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당을 찾는 고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 블루’ 라는 말도 있듯 마음이 편치 못하다. 하지만 불평을 한다고 상황이 해결될 일도 아니니 살짝 생각을 바꾸어 보자. [사진 pxhere]

‘코로나 블루’ 라는 말도 있듯 마음이 편치 못하다. 하지만 불평을 한다고 상황이 해결될 일도 아니니 살짝 생각을 바꾸어 보자. [사진 pxhere]

이따금 스마트폰을 통해 오는 확진자 발생 소식과 동선이 겹치는 사람에게 선별진료소 검사를 권하는 메시지가 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지난해까지 만나던 동창회도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조치로 모인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 가운데 일부 사람은 세상을 뜨기도 한다. 간간이 접하는 경조사도 참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갑갑한 마음에 가끔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잠시 멈추어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할 때도 있다. 감염을 예방하자는 의도는 좋지만 내 몸에 필요한 산소를 제대로 공급 받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몸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Corona Blue)’ 라는 말도 있듯이 마음도 편치 못하다. 그러나 알랭이 그의 ‘행복론’에서 얘기했듯이 불평을 한다고 상황이 해결될 일도 아니니 잠시 생각을 바꾸어 본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의하면 한 해에 어린이 29만 명을 포함, 호흡기질환·폐암 등 대기오염과 관련된 질병으로 약 420만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현재도 매년 수백만 명이 대기오염과 관련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최근 공기가 많이 좋아졌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코로나 봉쇄조치로 대기질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서 세계 12개 도시에서 1만5000 명의 인명을 구한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공기가 좋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택근무로 인해 차량 운행이 준 것도 그 하나다. 회사 업무의 효율성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기질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꽤 먼 거리의 롯데 잠실 타워가 보이기도 한다. 차량 운행이 줄어선지 자동차 사고도 감소했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2016년 기준 노인 인구 10만 명 당 교통사고로 사망한 인구는 한국이 25.6명으로 OECD 평균(8.8명)의 3배 수준이다. 이 기회에 교통사고가 줄어 교통사고율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렸으면 좋겠다.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높아지며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후진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높아지며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후진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코로나 감염을 예방한다고 손을 자주 씻어서 그런지 1년에 한두 번 앓았던 감기를 신기하게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적 모임 제한으로 저녁 모임이 줄며 술을 마실 기회가 없어져, 모르긴 몰라도 간이나 위장 건강도 좋아졌으리라 추정된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한 시간씩 동네 공원을 산책하니 하체 근육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그동안 미루었던 독서도 하고 특히 글을 많이 썼다. 아마 코로나가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 코엘료는 그의 서가에 400여 권만 보관하고 여분의 책은 주위에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책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은 편이다. 이참에 책을 한번 정리해야겠다 싶어 서가를 보니 여기저기 먼지가 많이 있다. 서가의 먼지를 닦아내며 내 마음의 먼지도 훌훌 털어 버린다. 그동안 그걸 안고 있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코로나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도 꽤 있는 셈이다. 아마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종교 모임이 제한됨에 따라 오히려 그 시간을 직접 신과 대화하는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무리에서 벗어나니 혼자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홀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높아지며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후진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코로나 정복은 영원히 미결로 남는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의학사를 보면 언젠가 코로나는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주는 교훈을 우리 사회가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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