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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게 다 올랐다…생활물가지수 급등

중앙일보

입력

인천에 사는 정모(38)씨는 최근 들어 아들까지 세 식구 식비로 나가는 돈이 크게 늘었다고 푸념했다. 정씨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여행도 안 가고 옷을 사거나 하는 쇼핑도 거의 안 했는데 월 지출로 따지면 이전과 거의 비슷하다”며 “사치는커녕 여가까지 줄였는데도 남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생활서비스 가격도 ↑

이는 소비 자체를 줄이기 어려운 부분에서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주 사는 생활필수품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08.8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가 올랐다. 상승률로는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도 불린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지난해보다 5.6% 올랐다. 반면 아끼려면 아낄 수 있는 의류 및 신발, 교육 관련 물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물품 관련 물가가 급등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뜻이다.

소비 자체를 줄이기 어려운 부분에서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는 건 상품이 아닌 서비스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7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세탁 비용은 7308원이다. 1년 전(7000원)과 비교하면 4.4%가 올랐다. 같은 달 목욕비용은 7538원으로, 1년 사이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 위축 부추겨…경기 침체 우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발간한 ‘경기 회복의 걸림돌, 3대 리스크 요인과 시사점’에서 “3분기 들어 방역 상황 악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가계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며 “소비 위축이 나타나고 있어 내수 침체 장기화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5포인트로 지난 6월(110.4포인트)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물가 상승이 소비 심리 위축을 부추겨 내수가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생활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올라가면 정말 필요한 곳에도 돈을 아낄 수밖에 없게 돼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켜 내수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또 엥겔지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중)가 높아져 실질적인 국민 생활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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