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코냑 향에 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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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 그리며 잔을 흔들면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오고, 잔을 가까이 대고 깊은 숨을 들이쉬면 갓 피어난 장미꽃보다 더 진한 술의 향기가 그대를 취하게 한다. 그러나 아직 마셔서는 안 된다. 다시 잔을 보듬고 이 아름다운 술의 향기에 대해 다른 이들과 나직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 19세기 유럽의 코냑 애호가가 적어놓은 '코냑에 대한 에티켓' 중에서-

영국 사람들이 맥주를 증류해 위스키를 만들었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을 증류해 코냑을 만들었다. 코냑이 처음 애주가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 당시 프랑스는 포도주를 영국에 수출하고 있을 때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프랑스 남서부 코냑지방 역시 와인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 지역 토양은 석회질이 많아 포도 맛이 시고 달지 않아 다른 지역 와인보다 인기가 적었다. 따라서 물건의 부피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당시의 과세 제도는 코냑지방 사람들에겐 큰 부담거리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와인을 증류해 부피를 줄이는 것. 기존의 강한 산(酸) 성분이 증류되면서 독특한 향을 내는 코냑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때부터 코냑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원료로 한 브랜디 '코냑'은 수출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고유 명사화됐다. 원래 정식명칭은 '오드비 드 뱅 드 코냑(Eau-de-vie de vin de Cognac)'이지만 이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디가 최고 품질로 평가되면서 코냑이라는 이름이 브랜디와 동일시돼 버린 것.

코냑은 두 번의 증류과정을 거친다. 16세기에 개발된 구리 증류기를 이용해 1차 증류를 마치고 나면 알코올 도수 20~30도의 액체 '브뤼이(Brouillis)'를 얻게 된다. 그리고 다시 2차 증류를 통과해야 비로소 '오드비(Eau-de-vie, 생명의 물)'라는 맑고 투명한 브랜디 원액이 추출된다. 각각 12시간의 증류시간을 거쳐야 하고, 단계마다 얻어지는 추출액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 소량이다. 브랜디 원액 1ℓ를 만들기 위해선 어림잡아 9~10ℓ의 포도주가 필요한 셈이다.

증류의 다음 단계는 품질과 숙성 기간이 서로 다른 오드비들을 조합하는 '블랜딩'과정이다. 이 작업을 코냑지방 사람들은 '마리아주(Marriage.결혼)'라 부른다. 코냑의 맛과 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비법은 철저한 베일에 싸인 채 다음 세대로 전수된다.

코냑 제조의 마무리 단계는 오크 통에서의 숙성. '결혼' 후에도 여전히 무색을 띠는 오드비는 '리무진 오크(Limousine Oak)'통에서 보관·숙성시켜야만 황금빛이 우러난다고 한다. 컬러가 마치 방금 결혼식을 마친 신혼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찬란히 빛나는 태양과도 같다. 그들 역시 리무진을 타고 신혼 여행을 떠날 테니 그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생명의 물로 빚어낸 코냑은 술, 그 이상의 감로주다. 잔잔한 재즈 한 곡이 귀를 간질일 때, 손 안에 감싸쥔 코냑을 보라. 은은한 호박색은 눈을,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진한 맛과 향은 당신의 입과 코를 즐겁게 할 것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코냑, 가을이 발그레 취하고 있다.
문의 02-3468-4600

#레미 마틴 코냑 클래스에 독자 10명 초대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레미마틴과 함께하는 '가을철 코냑 즐기기' 이벤트에 독자 10쌍을 초대한다. 이벤트는 오는 27일 저녁 7시, 청담동 소재 레스토랑 시안(Xian)에서 열릴 예정. 참가를 희망하는 독자는 24일까지 온라인(www.jjlife.com)으로 응모하거나 아래 응모권을 작성해 우편(서울 중구 서소문동 58-9 중앙빌딩 1층 프리미엄 이벤트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110)으로 보내면 된다. 당첨자는 25일 온라인 공지 및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개별 통보.

#코냑을 제대로 즐기려면?
1. 손으로 감싸쥘 수 있는'벌룬' 유리잔을 준비한다.
2. 잔에 3분의 1 정도만 채운다.
3.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체온에 의해 향이 잔에 가득 퍼지게 하면서 마신다.
4. 향이 강한 VSOP를 온더락 잔에 따라 얼음이나 약간의 물과 섞어 식후 오렌지나 초콜릿 같은 디저트와 함께 마셔도 훌륭하다.
5. 진저에일이나 토닉과 믹스해 칵테일 형태로 즐겨도 좋다.

#코냑의 알파벳이 뜻하는 것은?
V.O- Very Old; 15년 이상
V.S.O.P- Very Superior Old Pale; 30년 이상
X.O- Extra Old; 45년 이상
X- Extra; 70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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