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춤출 사람 없어 고독한 ‘월 플라워’ 안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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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1)

'월 플라워'는 댄스를 청하는 사람이 없어 댄스플로어의 벽 쪽에 저녁 내내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남들이 즐거울 때 나만 소외당하는 느낌은 참담할 것이다. [사진 pxhere]

'월 플라워'는 댄스를 청하는 사람이 없어 댄스플로어의 벽 쪽에 저녁 내내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남들이 즐거울 때 나만 소외당하는 느낌은 참담할 것이다. [사진 pxhere]

‘월 플라워’는 원래 관상용 식물로 ‘계란풀’이라는 뜻도 있으나 댄스용어이면서도 대중화된 속어로 ‘무도회에서 상대가 없는 여자’를 말한다. 그야말로 ‘벽의 꽃’이다. 일상에서는 너무 조용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 정도로 조용한 여자를 말하기도 한다. 벽에 가만히 붙어 있으면 안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영사전에 나온 월 플라워는 ‘someone who sits all evening at the edge of the dance floor, waiting in vain to be asked to dance’로 정의돼 있다. 그대로 직역하면 “댄스플로어의 벽 쪽에서 댄스를 청하는 사람이 없어 저녁 내내 앉아만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월 플라워가 꽃이므로 여성을 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도 같은 입장이라면 역시 월 플라워라고 한다. 댄스파티에서는 주로 춤을 남성이 여성에게 청하는 편이므로 여성의 느낌이 더 나는 것은 사실이다. 유럽 궁정의 댄스파티에서 여성이 월 플라워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남성에게 눈에 잘 띄게 보여야 하므로 의상이 경쟁적으로 노출이 심해졌다는 설에 공감이 간다. 좀 짙은 화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월 플라워 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댄스를 본인이 전혀 또는 아직 초보라서 워낙 못 추기 때문에 앉아만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춤은 추고 싶은데 청하는 사람이 없다면 다시는 파티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월 플라워가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남자가 젊고 예쁜 여자만 선호하다 보니 남는 여자는 월 플라워가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본인은 상대적으로 외모가 많이 떨어지거나 나이도 많이 들고 춤도 잘 못 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도 젊고 예쁜 여성이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댄스파티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대개의 남자에게 물어보면 첫 번째 기피대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거나 그런 전력이 있는 여자를 특히 기피한다는 것이다. 춤을 출 때 가르치려 들거나 핀잔을 줘 자존심 상하게 하는 잔소리를 하는 여자가 있다. 춤추고 나서 사람을 비교평가하며 뒷소리가 나올 것 같은 여성은 절대적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는 평가는 평소 강습을 같이 받을 때 또는 뒤풀이 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성향을 간파할 수 있다.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듣기도 한다. 평판은 금방 나기 마련이다. 춤을 추고 난 뒤에 “그 사람이랑 춰봤는데 영 아니더라”, “여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춰”, “바디를 못 쓰고 팔로 휘둘러”, “박자를 못 맞춰”, “여자 힐턴(Heal Turn)을 전혀 할 수가 없어!”…. 같이 췄던 파트너를 욕하거나 나쁘게 평가한다면 누구라도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같이 춤을 추고 싶어 하는 남성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내 수준보다 훨씬 춤이 고수급으로 소문나 있는 여성이거나, 지나치게 춤을 잘 추게 생겼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과 화장을 한 여성은 부담스럽다. 댄스계에서는 춤 잘 추는 사람이 더 인기 있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가끔 프로선수나 지도 강사도 파티에 나와 같이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즐겁다기보다 너무 긴장해 춤이 경직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파티에 오는 사람의 수준은 오래 개인교습을 받으며 수준이 높아진 몇 커플을 빼고는 대개 그만그만하다. 물론 파티마다 모이는 사람의 성향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므로 반드시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남자의 수준은 대개 비슷하다. 여성이 흔히 생각하듯 춤 배운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춤이 안 되어서, 외모가 떨어져서,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는 그다음 순위다.

우리나라 파티는 아직 모르는 사람들과의 홀딩이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고정파트너를 정해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사진 pxhere]

우리나라 파티는 아직 모르는 사람들과의 홀딩이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고정파트너를 정해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사진 pxhere]

그렇다면 월 플라워를 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티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기피하는 것을 느끼고 나면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이 좋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자신을 월 플라워 신세로 만든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파티는 아직 모르는 사람들과의 홀딩이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파트너를 정해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소위, 고정 파트너다. 그러면 적어도 월 플라워 신세는 안 될 것이다. 파트너 없이 혼자 갔어도 파티에 이미 구면인 사람이 있다면 “오늘 틈나면 한번 잡아주세요”라고 당부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호회에서 또는 같은 강습반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가면 좋다. 어떤 춤을 출 수 있는지 서로 알고 있고 루틴도 같이 배워 익숙하기 때문이다. 같은 반이 아니면 어떤 춤을 출 줄 아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출 수 있는 춤의 종목이 한정되어 있을 것이다. 같이 춤추고 싶은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미리 종목을 정해 ‘룸바가 나올 때 같이 춰 달라’, ‘내가 출 수 있는 춤은 왈츠, 자이브밖에 없으니 왈츠, 자이브 나오면 한 번 잡아달라’고 부탁해두면 좋다.

춤은 남자만 신청하라는 법은 없다. 동호회 좋은 게 그런 것이다. 이미 잘 아는 사이이므로 여자가 먼저 춤을 청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파티에서는 주최측이 월 플라워가 되는 여성이 없도록 수시로 관심을 가지고 벽 쪽을 봐야 한다. 아무도 같이 춤추자는 사람이 없어 그냥 돌아간다면 손님 대접이 아닌 것이다. 남자가 월 플라워 신세도 될 때도 마찬가지로 운영진에서 같이 춤출 여성을 붙여주면 좋다. 남성이나 여성의 춤이 아직 서툴다면 할 수 있는 춤을 먼저 물어보고 “해당 음악이 나올 때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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