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둘이 어디까지 갔죠?”댄스파트너 바라보는 묘한 시선

중앙일보

입력 2021.07.30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0)

“00랑 전에 파트너였다면서요? 어디까지 갔었는지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평소 안면만 있던 남자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새로 파트너하기로 했는데 과거를 알아야 새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물어보는 것은 섹슈얼 파트너였는지 아니었는지 알고 싶다는 뜻이다. 나의 답은 “그냥 춤만 추는 파트너였다”라고 했다. 그리고 좋은 여자이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녀와 파트너 관계에서 헤어진 이유는 내가 라틴댄스에서 모던댄스로 전향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라틴댄스를 선호했고 나는 모던댄스에 심취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냥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지만, 모던댄스 파트너로 다른 여자랑 춤을 추면서 양수 겹장하기는 욕심이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댄스계가 바닥이 그리 넓지 않아 댄스 파티나 댄스 행사에 가면 춤 좀 춘다는 사람을 자주 본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댄스 파티에 가보면 그전에 나랑 파트너 관계였던 여성을 여러 명 만나게 된다. 그런데도 자연스러운 것은 건전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한다. 새로 다른 남자와 파트너가 되어 있어도 남자 파트너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댄스계에서 파트너 관계란 부부의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므로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어 서로 아끼고 조심해야 한다. 댄스계가 좁아 계속 얼굴을 보게 되므로 서로에 대한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다.

남녀 관계란 둘 사이의 문제지만, 댄스계에서 파트너 관계란 단순히 섹슈얼 관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진 flickr]

남녀 관계란 둘 사이의 문제지만, 댄스계에서 파트너 관계란 단순히 섹슈얼 관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진 flickr]

동호인이라면 파트너 관계는 대부분 그냥 같이 춤추는 관계다. 둘이 기량이 비슷하고 신체적 조건도 맞고 시간적 여유까지 있어 인성이 맞으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 이상은 각자의 인생이므로 모른다. 경기대회에 선수로 나가다 보면 지방 대회는 거리도 멀고 일정상 일박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둘이 섹슈얼 파트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체에선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방을 쓴다. 한 커플만 가더라도 실제로 각방을 쓰거나 같은 방을 쓰더라도 한 사람은 침대에서 자고 한 사람은 바닥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시범에 초대했을 때도 파트너 관계지만 방을 각각 잡아 달라고 요청한다.

남녀 관계란 둘 사이의 문제지만, 댄스계에서 파트너란 섹슈얼 관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국제대회 정상급 선수와 인터뷰를 해보면 더 높은 경쟁력 제고 또는 둘 사이의 교감 등이 중요하지, 둘 사이의 속궁합이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댄스계가 바닥이 좁아 세계 정상급 선수는 파트너와 함께 서로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2010년 전후로 세계 정상급 선수가 서로 파트너가 바뀌어 대회장에 등장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당시 스탠다드 전 세계 챔피언 미국의 조나단 윌킨스는 2002년, 2003년 인터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크리스토퍼 호킨스의 파트너였던 헤이즐 뉴베리와 새짝을 이루었다. 그는 새 파트너를 만난 경위를 “우리 둘 다 오래전 서로 다른 파트너일 때부터 알았다. 나는 항상 그녀를 아주 좋아했으며 그녀의 댄스를 존경했다. 나의 이전 파트너인 카투샤와 헤어진 후 헤이즐에게 새로 파트너를 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우리는 2년 이상 같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당시 다른 커플도 헤어지고 새 파트너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그 문제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는 커플에게 도전이다. 내 생각에는 댄스는 인생과 같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며 그것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새 파트너를 찾는 일은 쉽다. 댄스가 범세계적인 것이 되었으며 국적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어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스탠다드 세계 챔피언인 아루나스 비조카스-카투샤 데미도바의 경우 카투샤가 바로 조나단 윌킨스와 파트너였다. 조나단과 헤어졌을 때 당시 아마추어 챔피언에 불과했던 아루나스를 만나 호흡을 맞춘 후 다음 해 곧바로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했다.

카투샤는 아루나스를 만난 것에 대해 “댄스계는 그리 넓지 않고 서로를 잘 안다. 나는 프로 파이널리스트였고 아루나스는 아마추어 챔피언이었다. 우리는 런던에서 레슨받을 때  전 세계 대회장에서 늘 보아 왔었다”고 설명했다. “아루나스는 결심이 굳은 사람이며 원하는 것을 항상 열심히 한다. 매우 친절하고 편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파트너십이 깨져 다른 파트너를 만나게 되는 이유에 대해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확실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른 데에서는 싸울 일이 없다”라고 답했다.

당시 스탠더드 챔피언이었던 루카 바리키와 인터뷰했을 때 이에 관해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로레인과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의 결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알기로는 사생활, 선수로서 경쟁하는 생활, 비즈니스를 같이 나눌 때 생성되는 스트레스와 압박 때문인 것 같다. 파트너와 24시간을 같이 보내고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어렵고 멋진 일일 수도 있다.”

역시 당대 세계 챔피언을 휩쓸던 미르코 고졸리-에디타 인터뷰 때 파트너 관계를 물었다. “파트너십이란 연습하면서 많이 싸운다. 가능하면 더 빠르게 우리 목표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같이 춤을 추면 좋은 느낌이 나야 한다.”라며 파트너십에 대해 정의했다. 2005년부터 4년간 챔피언을 지냈던 미르코 고졸리-알레시아 베티 커플도 2009년 헤어졌고 미르코가 새 파트너와 출전했으나 우승을 놓쳤다.  한 차례 챔피언을 포함 준우승 단골이었던 티모시 호손도 조안 볼튼과 우승도 해보고 준우승도 다섯 차례나 같이 하며 활동했으나 조안이 크리스토퍼 호킨스에게 가면서 홀로 남았다

2000년대 초 부동의 세계 프로 라틴 챔피언 마이클 말리토우스키-조안나 리유니스는 파트너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톱 클라스 댄서는 우선 두 사람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남성, 하나는 여성이다. 두 사람 다 찾아야 하는 것은 오랫동안 여전히 춤 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건강한 댄서로서, 스포츠인으로서, 예술가로서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이것이 부분적 또는 전적으로 무너진다면 파트너를 바꿔 새 사람을 찾는 것이 낫다”고 당시 파트너 바꾸기에 대해 언급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프로 댄스스포츠의 세계는 의외로 좁아 선수끼리는 늘 대회장에서 마주치면서 다른 선수의 파트너에게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가끔 결승 진출 커플이 파트너를 바꿔 팬 서비스를 하는 것도 관중은 무심코 봤겠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관계를 쌓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파트너가 언제 다른 선수에게 갈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헤어지는 이유는 일반인과 마찬가지 이유로 사생활이나 성격 차이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프로페셔널 선수로서의 경쟁이 가미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쉽게 헤어지고 만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루카 바리키 얘기처럼 파트너와 함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멋진 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로 선수는 한편으로는 예술과 명예를 위해 평탄치 않은 삶을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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