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 캄캄한 터널 헤매다 8월 이후 '고용 절벽' 추락한다

중앙일보

입력

8월 이후 ‘고용 절벽’이 예고됐다.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상반기 경제 회복이 이어지며 7월에도 전체적으로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졌으나 최근 방역 강화 조치 등으로 8월 고용부터는 시차를 두고 충격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충격이 이달 이후 고용 지표에서 나타날 것이란 진단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4만2000명 늘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론 현재 상황과 온도 차가 큰 ‘반쪽’ 통계다. 조사 기간이 지난달 11~17일로, 4차 대유행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된 건 지난달 12일부터다.

홍 부총리는 “고용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이 부족한 민간 일자리를 보완하는 역할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나랏돈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메워가겠다는 공언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4차 대유행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취업자 늘고 증가폭 줄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취업자 늘고 증가폭 줄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223명이라고 발표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4차 대유행 이후 일일 신규 환자 수가 1000명에서 2000명으로 올라서는 데 5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거리 두기 최고 단계(4단계)를 한 달 가까이 시행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유행의 끝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정부 공공근로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면 일자리 사업이 줄줄이 중단ㆍ연기될 위기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연이어 편성하며 정부는 공공 일자리 사업을 쏟아냈지만 방역 단계 상향으로 집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편성한 예산도 다 못 쓰고 남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희망 근로 지원 사업과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의 실제 집행률은 각각 83.8%, 84.5%였다. 확보한 예산 가운데 15% 이상을 쓰지도 못하고 해를 넘겼다는 의미다. 관광지 방역 수용 태세 개선 지원(61.4%), 전통 스토리 계승 및 활용 사업(51.2%) 등 절반밖에 집행하지 못한 사업도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제3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제3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예산정책처는 ‘올해 제2차 추경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2회 추경으로 편성된 사업 중 일부도 코로나19의 확산이 강화되면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업계, 민간 실내 체육시설, 공연ㆍ예술 분야는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해당 시설 폐쇄 및 업종의 부진으로 인력 채용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희망 일자리 사업,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확대 사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집행이 중단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3차 대유행에 따른 거리 두기 상향, 한파, 연말 정부 일자리 예산 사업 종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최악(지난해 12월 -62만8000명, 올 1월 -98만2000명)이었던 지난겨울 상황이 이달 이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자 수가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로 지표상 악화는 지난겨울보다 덜하겠지만 체감 고용 경기는 더 나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통계를 기준으로) 20대, 50~60대 이상을 중심으로 고용 지표가 개선되긴 했지만 정부가 공급하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 증가 영향이 컸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델타 변이 이후 더한 변이가 발생한다는 경고가 있고, 백신 공급도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 국민 체감하는 고용 경기는 4차 대유행에 따라 장기적으로 더 악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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