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새 규칙 우리가 정한다"…中 저격에 메르켈도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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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국제무대 복귀전에서 중국을 저격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결과물에도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 방침이 명시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한달만인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그는 뮌헨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대서양 동맹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해온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종말을 확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몇 년 전 민간인 신분으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던 바이든은 ‘미국은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제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돌아왔다” 트럼피즘 종말 선언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까지도 거래의 개념으로 계산하며 협박을 일삼았던 점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헌장 5조가 규정한 집단 방위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의무에 대한 신념을 지켜가겠다. 우리 중 하나를 공격한다면, 우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촉구하려 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이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중국과의 장기적 전략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사이버공간,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이 새로운 경쟁 분야”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제도를 남용해 세계 경제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평소의 소신도 다시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회사들은 부패와 독과점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을 준수한다. 중국 기업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새로운 경쟁 분야에서의 행동 규범과 진보하는 기술을 다스릴 규칙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억압이 정상인 것처럼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도 “중국에 일치된 대응” 호응

뒤이어 연설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말에 따라 행동할 때 비로소 옳은 일이 되는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중국에 일치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서방 국가들에 있어 중국은 경쟁자인 동시에 필수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에 일치된 대응을 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최근 수년 사이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됐고,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G7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G7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정상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로이터 통신은 “G7 지도자들이 정상회의 뒤 내놓은 결과물에서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 공동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과물에는 “공정하고 호혜적인 세계 경제 시스템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특히 중국도 포함된 G20 국가들에 관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6월 G7 정상회의 참석 文, 고민 깊어져

이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G7 정상 협의체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정부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오는 6월에는 영국에서 G7 정상회의를 비대면으로 개최할 계획인데, 문재인 대통령 역시 초대받았고 사실상 수락했다. 비대면 정상회의에선 중국을 향해 한층 날선 비판을 쏟아낼 가능성이 큰데, 아무리 게스트 국가로 참여하는 것이라 해도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G7 정상들이 한목소리를 내는데, 한국만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하나가 되자고 촉구하는 가운데 이에 대해 계속 모호한 태도를 보일 경우 한ㆍ미 동맹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G7 정상들은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코백스) 지원금을 75억 달러(약 8조3000억 원)로 늘려 빈곤 국가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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