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원의 심스틸러

'루카'서 눈에 띄는 빨간머리…"아이돌이라 몸 쓰는 건 자신"

중앙일보

입력 2021.02.20 10:20

업데이트 2021.02.20 10:52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휴먼테크 특수팀원 유나 역을 맡은 정다은. [사진 tvN]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휴먼테크 특수팀원 유나 역을 맡은 정다은. [사진 tvN]

전기뱀장어, 해파리, 박쥐, 철갑상어, 초파리 등 한 몸에 적어도 6종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면 그 생명체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뱀장어처럼 전기를 쏘고 해파리처럼 독을 쏘면 그게 인간일까. 그렇다면 인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민경원의 심스틸러]
‘루카’ 휴먼테크 특수팀 유나 역 정다은
인간과 괴물 뒤섞인 세상서 질문 던져
‘마녀’ 살인병기, ‘공수도’ 무술소녀 등
믿고 보는 액션배우 탄생, 변신술 기대

tvN 월화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국과수 오종환 교수(이해영)이 던지는 질문이다. 대학 시절 절친했던 류중권(안내상)이 과학자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자 그를 퇴출하는 데 앞장섰지만 끝내 ‘인간 개조’ 실험에 성공한 지오(김래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모든 생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최후의 보편적인 공통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인 ‘루카(L.U.C.A)’를 찾는 데 성공했다면 앞으로 만들어내지 못할 생명체가 없는 탓이다.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들이 사는 세상도 혼종이 넘쳐난다. 본격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는 아직 지오 밖에 없지만 부분적으로 그 힘을 차용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한쪽에 7개씩 총 14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나 다지증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손 근육이 마비된 류중권 박사는 물론 특수부대 출신 공작원으로 대테러 훈련 도중 수류탄을 섬광탄으로 오인해 투척하다 한쪽 팔을 잃은 이손(김성오), 훈련 중 총기 오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 특수팀에 합류한 유나(정다은) 등은 모두 휴먼테크에 목숨을 빚지고 있다. 평생 이곳에서 2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지 않으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탓이다.

류중권 박사(안내상)가 만든 유전자 집합체 지오(김래원). [사진 tvN]

류중권 박사(안내상)가 만든 유전자 집합체 지오(김래원). [사진 tvN]

강력계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과 몸싸움을 벌이는 유나(정다은). [사진 tvN]

강력계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과 몸싸움을 벌이는 유나(정다은). [사진 tvN]

그중에서도 유나 역을 맡은 정다은(27)은 유독 눈에 띈다. 빨간색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외형도 그렇지만 휴먼테크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의문을 갖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위적 진화를 촉발해서라도 종을 각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류중권 같은 과학자나 신과 같은 힘을 갖길 원하는 교단의 영주 황정아(진경) 같은 종교인, 차기 국정원장 자리를 노리며 후방 지원하는 김철수(박혁권) 같은 인물의 맹목적 믿음이 만나 주변 인물들을 모두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그는 묻고 또 묻는다. 왜 이손과 자신이 비슷한 사고를 겪고 이곳에 왔는지, 죽어라 쫓던 지오를 잡고 나면 그다음은 무엇인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갈 순 없는지 등등.

덕분에 내로라하는 연기 고수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수팀장 격인 이손 역의 김성오는 물론 강력계 형사 하늘에구름 역의 이다희와 맞붙어도 팽팽한 접전을 벌인다. 이다희가 긴 팔다리를 활용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면, 정다은은 사고로 다친 발이 ‘무기’가 되어 남다른 전투력과 강인함을 자랑한다. 거기에 무표정한 표정 연기까지 더해져 더욱 섬뜩함을 자아낸다. 이에 정다은은 “영화 ‘니키타’(1990), ‘올드 가드’(2020) 등 여성 주연의 액션물을 많이 연구했다”며 “발차기 위주의 액션을 많이 연습해서 이제 발차기는 자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마녀’에서 살인병기 긴머리로 활약한 정다은. [사진 워너 브라더스]

영화 ‘마녀’에서 살인병기 긴머리로 활약한 정다은. [사진 워너 브라더스]

자윤 역을 맡은 김다미와 절친 도명희 역의 고민시. [사진 워너 브라더스]

자윤 역을 맡은 김다미와 절친 도명희 역의 고민시. [사진 워너 브라더스]

2013년 걸그룹 투아이즈(2EYES)로 데뷔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액션 경력은 화려하다. 영화 ‘마녀’(2018)에서 사탕을 문 채 칼을 휘두르는 살인 병기 ‘긴머리’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 당시 ‘마녀’를 위해 1500명의 오디션을 진행한 박훈정 감독은 자윤 역의 김다미 외에도 도명희 역의 고민시, 귀공자(최우식) 팀 멤버인 긴머리 역의 정다은까지 3명을 캐스팅했다. 셋 다 연기 경험은 많지 않은 신인이지만 “기본적으로 연기가 안정적이고 개성이 있었다”고.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의 김다미, 넷플릭스 ‘스위트홈’(2020)의 고민시 등 차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니 박 감독의 안목이 적중한 셈이다.

당시 5번에 걸쳐 오디션을 본 정다은은 “다음에 올 땐 살을 좀 빼고 오라는 감독님의 말에 일주일 만에 6㎏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아이돌 출신이라 몸 쓰는 건 자신 있다”고 했지만 “셋 다 몸을 쓸 줄 몰라 다미랑 우식 오빠랑 토하면서 배웠다”고. 4~5개월 동안 일주일에 5일 4시간씩 하드트레이닝한 결과 지금의 액션 강자로 거듭났다. ‘마녀’를 본 인상 깊게 본 채여준 감독은 바로 제작사로 연락해 영화 ‘공수도’(2020)의 공수도 관장 딸 채영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공수도’는 IPTV로 먼저 선보였지만 통쾌한 사이다 액션이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 개봉까지 이어졌다. JTBC ‘쌍갑포차’(2020)에서도 아이돌보다 성룡을 좋아하고 클럽보다 유도를 즐기는 보안요원 강여린까지 웬만한 무술은 차례로 마스터하게 됐다.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서 살인사건 피해자 정수아 역을 맡은 정다은. [사진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서 살인사건 피해자 정수아 역을 맡은 정다은. [사진 OCN]

OCN ‘미스터 기간제’(2019) 등에서 선보인 연기력도 제법 안정적이다. 살인사건 피해자 정수아 역을 맡은 그는 명문 사립고를 둘러싼 비밀과 루머의 중심으로 극의 균형을 잡았다. 인간성을 상실한 상황에서 모범생부터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면서 독특한 질감을 빚어냈다. “눈에 힘을 빼고 있으면 순한데 힘을 주면 매서운 눈빛이 된다”는 말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도화지 같은 얼굴 덕분에 연기 변신의 폭도 무궁무진하다. ‘루카: 더 비기닝’이 끝날 때쯤이면 연기까지 ‘믿고 보는 액션 배우’ 리스트에 그의 이름이 추가되지 않을까.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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